[다산칼럼] 정권末 신드롬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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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정권말 신드롬이 그것이다.
집권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불투명할수록, 경제상황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을수록 나타나기 쉬운 정권말 신드롬은 세 가지 형태로 표출된다.
첫째, 정치 논의의 과잉에 따른 관심의 이반(離反)이다.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야당과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을 통한 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 문제가 전면으로 등장한다.
집권당에서는 권력 분산의 필요성과 내각제의 장점을 역설한다.
대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단골 메뉴다.
공청회를 열고 야당과의 물밑 협상과 신경전으로 대통령 이하 집권당 의원들이 날밤을 지새는 동안 총력을 기울여도 될까말까한 경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둘째, 경제 문제에 대한 책임 전가다.
집권당은 곧 있을 대선에서 경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경제와 관련이 없는 이슈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불가피하게 인정해야 할 경우 경제난의 원인을 불안정한 환율, 유가와 같은 국제 원자재가 상승 등 대외 환경의 탓으로 돌린다.
과거 정권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는다.
오늘날의 경제 문제는 앞서 집권했던 정권들의 탓이라는 것이다.
책임 회피와 전가가 계속되는 한 경제팀 경질이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묻지마'식 경제 정책의 양산이다.
겉으론 경제가 문제 없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선거일에 맞춰 경제 지표를 높이기 위한, 체감경기를 개선시키기 위한 정책을 남발한다.
신용불량자 사면 정책이나 실업률 통계를 좋게 만들기 위한 대규모 토목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정책들은 다음 정권의 경제운용에 많은 무리를 주게 마련이다.
신드롬을 피하거나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경제 운용에 있어 정부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국가 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수록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정책을 펴려는 유혹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나 각종 경제운용기관들이 청와대 입김에 좌우되지 않을 것을 아는 이상 선거 승리를 위해 인위적인 환율 또는 재정 정책을 펴려는 시도를 접게 될 것이다.
둘째, 언론이 권력의 감시자로서의 제 기능을 다해야 한다.
언론이 앞장서서 정권말 신드롬을 조성하려는 시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정부 여당이 경제 문제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거나 경제난의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경우 이를 준엄하게 꾸짖고 온 국민이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총력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선거에서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과 의지가 중요한 투표 기준이 되도록 해서 정당과 정치가들로 하여금 경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인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경제정책 및 언론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여당이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
기업가가 이윤을 추구하듯 정치가는 권력을 좇게 마련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집권당 정치인들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역사는 눈 앞의 이익보다는 먼 훗날 역사의 평가에 귀 기울이는 결단에 의해 움직여왔다.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에게 정권말 신드롬으로부터 우리 경제를 자유롭게 하는, 개인의 이익에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전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용단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이 정권이 하반기의 경제운용에서는 성공적인 정부였다고 기억될 수 있기 바란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재집권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