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찾는 변호사들] (7) 게임소송전문 정준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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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을 사고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정을 압류하는 건 부당합니다.
자신의 분신처럼 몇 년씩 키워온 캐릭터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니까요.
이건 게이머들을 죽이는 처사입니다."
지난해 7월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온라인 게임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리니지'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 120명이 리니지를 운영하는 엔씨소프트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절도 사기 해킹 등의 범죄를 막겠다며 회사측이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단속하자 그동안 쌓였던 게이머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게이머들은 "아이템 거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임 구조는 내버려 둔 채 책임을 게이머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게임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약관이 무효로 판결 날 경우 수조원대의 아이템 거래시장에 대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잦은 서버 다운으로 인한 서비스 불안정,게임중독 부작용 등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미묘한 문제까지 법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게임업계는 "집단소송 바람이 불지 모른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 소송은 시장 권력을 업계에서 소비자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이 소송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정준모 변호사(32·사시 43회)다.
변호사 경력 2년차에 불과하지만 '거사'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재야' 경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대학 때 이미 전자상거래와 아케이드 게임,전자제품 등에 심취한 '일렉트로닉' 마니아였다.
새 전자제품이 나오자마자 바로 사용하는 지독한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사무실에는 노트북 4대와 디지털 카메라 3대,MP3 플레이어 4대가 놓여 있다.
포장도 뜯지 않은 DMB 폰은 두 달 전 결혼한 아내도 모르는 비밀이다.
그런 그가 게임에 빠져든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게임의 법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게임광이던 남동생 덕분(?)이었다.
동생은 생리 현상까지 방 안에서 해결할 만큼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보다 못한 정 변호사가 컴퓨터를 부숴 버렸고 동생은 "게임이 싫지만 빠져나올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때 그의 눈에 유저(user)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약관이 들어왔다.
동생을 방치했다는 죄책감도 들어 인터넷과 책방을 뒤졌다.
사법 시험에 합격한 후엔 사이버 법률학술단체 '사이빅'과 사법연수원 전자거래법학회에 가입,본격적인 이론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인텔 퀄컴사 등을 방문했고 일본의 정보기술(IT) 단지인 아키아바라도 둘러봤다.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처음 선택한 직장도 온라인 게임업체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서비스 업체)였다.
게임 전문 변호사로 독립한 그는 게임 관련 국제 전문가가 되기 전에는 '돈벌이'에 신경 쓰지 않을 작정이다.
한국의 게임 전문가가 곧 세계적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그의 확신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게임 등급 심의 △지식재산권 분쟁 △게임기업 인수·합병 △게임 내 집단의 법적인 규율문제 등의 연구 주제도 이미 정했다.
"게임에 관한 한 한국이 세계 최강국입니다.
법률적인 부분에서도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다면 국제 분쟁 등에서 한국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한국 변호사에게 블루오션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