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협 새 場 열자] (上) 경제분야 '윈-윈'으로

한국의 광복 60년이 일본에는 2차대전 패전 60년이다. 중국은 대륙으로부터 일본축출 60년으로 경축한다. 지난 60년을 보는 3국의 시각은 극명하게 다르다. 일본의 아시아침략이 국제정치적으론 아직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것도 이때문이다. 남북분단과 북핵을 둘러싼 6자회담도 따지고 보면 아시아의 전후처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일본의 우경화와 한국의 과거사 청산 등 한·일 양국의 국내 정치상황과 맞물려 정신대문제 역사교과서분쟁 등이 증폭될수록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기대감과 당위성은 커지고 있다. 한·일,한·중,중·일의 안보차원의 갈등과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지만 세계적인 지역경제 통합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과 일본의 '균형자'인 한국이 지역경협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라 안팎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론 중국,안보면에선 대미관계의 재정립에 몰두하느라 한·일 경협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유럽이 비록 뒤뚱거리고 있지만 통화통합을 넘어 정치통합까지 모색하는 단계로 나아갔고 북미(NAFTA-미국 캐나다 멕시코 자유무역협정)와 아세안에 이어 중국·아세안,일본·아세안까지 경제통합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FTA 등 한·일 경협의 차원을 격상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산업 간 기업 간 협력을 지역경제협력으로 격상시키고 그 여세를 한·중 FTA 등으로 몰아감으로써 동북아 지역경제통합을 일궈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일본은 한국,한국은 중국,중국은 일본으로부터 무역흑자를 내는 3각 구조가 굳어져 왔지만 새로운 수평분업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한·일 경협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보기술(IT)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경협의 구체적인 가능성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의 삼성과 일본의 소니가 LCD 분야에서 손잡은 것이나 양국의 대표적인 전자메이커들인 삼성 LG 소니 마쓰시타 등이 기술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 것 등에서 보듯이 새로운 한·일 경협의 장은 이미 열리고 있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일 두 나라 모두 새로운 경협의 패러다임을 통해 침체된 성장동력을 서로 조달할 수 있다"면서"세트(조립산업) 중심의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한·일, 나아가 한·중·일 3국이 빠른 시일 안에 수평분업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한·일 FTA는 물론 한·중 FTA 등 동북아경제공동체를 위한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FTA는 교역중심으로 구축된 한·일 경제의 기본틀을 경제의 국경을 허물어 양국 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혁신적인 발상이다. 이는 식민과 광복의 콤플렉스를 60년 만에 경제적으론 완전히 극복해서 일본과 대등한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한국의 자부심 표출이기도 하다. 기술과 부품소재를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면서도 수입선다변화 등의 비정상적인 교역장벽을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했던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고 수평적인 분업과 경쟁체제를 통해 한.일경제를 EU(유럽연합)와 같은 시스템으로 가져가자는 발상인 것이다. 이익원·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