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마다 '깜짝카드'‥ '고이즈미 승부수' 이번에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여론몰이' 정치가 이번에도 성공할 것인지 관심이다. 그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의 이탈로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처리에 실패,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국회(중의원)해산이라는 '깜짝카드'로 국민들로부터는 오히려 높은 지지를 받고 있어 내달 총선에서 예상외로 선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발표된 주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국회해산 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이 46%로 지난달보다 5%포인트 올랐다. 국회 해산에 대한 응답도 찬성이 48%로 반대(34%)를 14%포인트 앞섰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4.7%포인트 높아졌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고이즈미의 '승부수'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다수 의원의 반발을 무릅쓰고 던진 '초강수'가 주효했다는 얘기다. 자민당 내 소수파 출신인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년 4월 취임 이후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일반대중을 상대로 '깜짝쇼'를 벌여 상당한 효과를 봤다. "구조개혁 없이 경제 회복 없다"는 모토를 내건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직후 84%라는 전례없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지지율이 40%대로 곤두박질치자 그는 2002년 9월 북한을 전격 방문,사상 처음으로 북·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국교 정상화 협상에 합의하고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들을 데리고 돌아와 인기를 회복했다. 2003년 하반기에도 50대 초반의 아베 신조 의원을 간사장(한국의 사무총장 격)에 기용해 국민들로부터 신선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 상반기에는 중국 내 반일 시위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중·일 정상회담을 강행해 긴장 완화를 이끌어 냈다. 이 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행보에 대해 식자층에선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라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그는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4년4개월째 집권하면서 전후 5번째 장수 총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야마구치 지로 홋카이도대 교수(정치학)는 "고이즈미 총리는 여론의 흐름을 잘 읽으며,총리가 가진 제도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여론 정치'가 이번에도 성공할지는 선거 쟁점이 무엇이 되느냐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이번 총선 정국을 우정공사 민영화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간 대결로 몰고 가고 있다. 경제 개혁을 지지한다면 자신을 밀어달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측은 정권 교체와 세대 교체를 앞세우고 있다. 일본의 진정한 변화를 바란다면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는 고이즈미 총리측에 긍정적이다. 증시는 이번 주들어 3일 연속 올라 이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일본 중앙은행과 정부가 오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며 공식 선언할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