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긴급조정으로 끝난 조종사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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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을 끝내기 위해 정부가 결국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국가 물류(物流)의 중추를 담당하는 항공사가 무려 25일간에 이르는 파업을 지속하면서도 자율 노사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만큼 이번 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라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향후 30일간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이 기간중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서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원회가 직권으로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중재안을 내놓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내부 노사문제를 공권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지난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와 93년 현대자동차 파업 때 단 두 차례 발동됐을 뿐이다.
정부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긴급조정권까지 빼든 것은 파업의 부작용이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 항공업계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장기 파업 여파로 이미 관련업계의 피해액은 4000억원 선을 훌쩍 넘어섰고 여름 성수기에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은 물론 화물운송 차질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근로여건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초장기 파업을 강행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그런데도 근로조건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사용자측 고유권한임이 명백한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주장까지 고집해 배부른 파업이란 비난마저 자초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이번 파업이 누구를 위한,무엇을 위한 파업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반성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뒤늦게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고 나섰지만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이 정말 옳은 일이었는지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산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ㆍ경제적 낭비가 되풀이되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노동계 또한 이번 사건을 강경일변도로만 치닫고 있는 최근의 노동운동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省察)하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