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 돌연 사퇴 .. 고강도 구조조정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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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이 임기만료 1년을 앞두고 갑작스레 중도 사퇴해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11일 대주주인 뉴브리지-AIG측 이사진 등이 참석한 주요 주주모임(프리보드미팅)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고 회사측은 12일 밝혔다. 하나로텔레콤은 조만간 임시 이사회와 임시 주총을 열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며 그 이전까지 권순엽 경영총괄 부사장이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지기로 했다.
윤 사장의 퇴진은 파워콤이 9월부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진출하고 하나로텔레콤 인수합병(M&A)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하나로텔레콤의 요즘 상황은 M&A설이 정설로 굳어질 만큼 좋지 않다.
1분기에 실적이 악화된 데 이어 2분기에는 적자로 반전됐다.
하나로텔레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3579억원과 15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각각 2.1%와 33.9%가 줄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16일 발표될 예정인 2분기 실적에서 하나로텔레콤은 3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적자로 추락할 게 확실하다.
올 들어 시장의 예측대로 실적이 악화되자 39.56%의 지분을 보유한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위기감을 느꼈고 결국 윤 사장 퇴진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주당 3200원을 주고 지분을 매입한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원가에 밑도는 현재 주가와 실적 저하에 본전도 못뽑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꼈고 윤 사장 퇴진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이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것.주력 사업인 초고속인터넷은 연평균 성장률이 5%도 안될 정도로 포화상태다.
게다가 KT 등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해 적정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9월부터는 데이콤 자회사인 파워콤이 100Mbps(영화 한편을 1분안에 다운받을 수 있는 속도) 초고속인터넷망으로 무장,시장에 뛰어들어 하나로텔레콤을 위협하고 있다.
속도경쟁을 해야 할 하나로텔레콤은 내우외환이 겹친 격이다.
업계는 속도 차별화를 내세우는 파워콤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체로 KT보다 하나로텔레콤을 꼽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로텔레콤이 파워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회사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고 그 때가 M&A시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사장이 퇴진함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공산이 크다.
외국인 주주들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윤 사장에게 강력한 구조조정 이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사장은 구조조정없이 간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제 걸림돌이 없어진 만큼 임직원 인력 감축 등을 통한 구조조정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두루넷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4700억원)에 인수했다는 외국인 주주의 비판과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권 포기에 따른 정부와의 대립도 사장 경질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이 사장경질이라는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각설은 더욱 거세게 나돌 상황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