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남녀평등시대] 금호아시아나그룹 ‥ 항공정비까지 진출 '여풍당당'

금호아시아나그룹 여직원 5500여명은 지난 3월14일에 깜짝 선물을 받았다. 고급스런 금박 포장상자에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 담긴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은 것.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직접 보낸 것. 박 회장은 선물과 함께 '다가오는 새 봄과 같이 활기찬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에서 '여성 인력 챙기기'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내 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성 인력이 많기 때문.실제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작년 2월 사상 처음으로 남성보다 여성 인력이 더 많은 여초(女超) 기업이 됐다. 이달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인력 7245명 중 여성 인력은 3881명(53.6%)에 달할 정도다. 이 같은 특성에 맞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여성 인력을 위한 다양한 육성·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7년부터 호봉과 직급체계에서 남녀 차별을 완전히 없애고 대신 능력과 적성에 따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여성에게 단순히 채용의 기회를 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키우자는 게 새 인사제도의 목적이다. 이 결과 전체 직원 중 여성 인력 비율은 매년 꾸준히 늘어 현재는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또 지금까지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항공 정비직에도 전문 여성 인력이 등장하게 됐다. 인사제도와 더불어 여성 인력에 대한 복지제도도 남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출산과 육아 등을 맡아야 하는 여성 인력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법정휴가인 산전·후 휴가 90일에 직원이 희망하는 경우 30일을 더 준다. 임신 6개월 미만인 직원에게도 30일의 유급 휴직기간을 준다. 또 기내 승무원들에게는 임신을 안 날로부터 휴직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생후 1년 미만의 유아가 있는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등 여성 인력들이 가정생활에 충실히 할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미래의 여성 인력에 대한 다양한 취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매년 전국의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산업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02년에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약 2개월 동안 40여개 대학 152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03년에는 20여개 대학 129명의 학생들에게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회사측은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여성 인력을 많이 뽑아야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여성 인력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