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0원짜리 쇼핑백은 아까울까..'마을을 유혹하는 경제의 심리학'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편의점마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음료수 냉장고를 설치해둔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게 물인데 왜 그럴까.
되도록 매장에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또 계산대 주변에는 늘 껌이나 사탕,초콜릿 등의 자잘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는다.


계산하는 도중에 심심하면 하나씩 더 사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슈퍼마켓 체인사업을 하는 일본의 라이프 코퍼레이션은 지난 2003년 봄 시부야 히가시점의 폐점 시간을 자정으로 연장했다.


다른 상점들이 일제히 심야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인건비를 고려하면 수익률이 검증되지 않은 심야영업은 채산성 악화의 위험을 초래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누군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싸우는 '치킨 레이스'를 마다하지 않는다.


'마음을 유혹하는 경제의 심리학'(니혼게이자이신문 지음,송수영 옮김,밀리언하우스)은 경제 주체들의 이런 비합리성의 근저에 '마음'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으로 주목받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실물경제와 시장 사례로 보여주는 책.행동경제학이란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심리이므로 인간 심리를 알아야 경제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경제이론이다.
예컨대 평소에는 동전 한 푼도 아끼는 구두쇠가 여행지에선 돈을 펑펑 써대는가 하면 3000만엔짜리 고급 주택을 산 사람이 3만엔짜리 오디오를 놓고 주저한다.


때와 장소,기분에 따라 지갑은 쉽게 열리기도 하고 꽉 닫히기도 한다는 것.이런 현상을 이 책은 '내 마음의 특별회계'라고 이름한다.


사람의 개성만큼이나 소비의 척도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비싸기 때문에 잘 팔리는 물건이 있는 반면 싸서 안 팔리는 물건도 있는 게 현실이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시장이 사람들의 마음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수많은 격언들이 심리게임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기업들이 이른바 '뜨는 업종'으로 몰리는 것도 일종의 집단 심리 같은 것이다.


이 책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소비자의 마음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엔진"이라며 "마음이라는 프리즘으로 봐야 수많은 경제이론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경제의 참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223쪽,1만1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