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집중 vs 집착‥박영준 <코리아리서치 회장>

박영준 가끔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우울한 사건 중의 하나가 '스토커'라는 범죄 행위다. 그런데 스토커들의 공통적인 항변 가운데 하나가 상대방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라거나 관심이 많아서라는 것이다.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에 대해서건 만인의 연인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대해서건 스토킹의 시작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집중에서 출발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은 관심과 집중 차원에서 그 한계를 긋는 반면 일부는 그 경계를 넘어들면서 상대방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며 피해를 주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집중'이라는 것과 '집착'이라는 것은 하나에서 출발하여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란성 쌍둥이가 아닌가 싶다. 대체로 '집중'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창출한다. 사랑할 때와 좋아하는 일을 추진할 때 집중력이 강해지면서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주위와의 조화 속에 활발한 활동을 한다. '집중'은 합리적인 수단을 강구하며 필요할 때는 포기할 줄도 알게 된다. 그것이 종종 효과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고 주위 사람에게도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 도가 지나쳐 '집착'에 이르면 한 가지에만 빠져 주변을 전혀 보지 못하고 두려움과 소유욕이 앞서면서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인도 결과적으로는 끝없는 상처와 불행으로 얼룩지게 되는 일종의 마음의 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는 그 대상이 '사랑'이건 '돈'이건 '일'이건 '주변 사람'이건 거의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집착에의 경계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것이 1차적인 과제이지만 집착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을 경계하고 버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차원의 얘기이긴 하지만 요즘 마케팅의 화두가 되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도 그 개념을 단순화시키면 집착을 버리고 집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 고객들에게 더욱 집착하여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러나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비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조화로운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비울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여 약이 될 수 있는 '집중'과 독이 될 수 있는 '집착'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