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모차르트 효과'의 진실

박성래 '태교 음악'은 이미 우리 모두에게 친숙하게 됐다. 한걸음 더 나아간 사람이라면 '모차르트 효과'란 표현을 들었을 법도 하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곡이 태아에게,그리고 자라는 아이의 지능발달에 아주 좋다는 취지다. 이래저래 클래식 음악이 인기를 높이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이에 대해 지난주 소위 '모차르트 효과'란 것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잘못된 이론이라고 국내 통신이 보도했다. 스위스와 미국의 교수들이 함께 연구해 '영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모차르트 음악이 지능 발달을 돕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이론이란 것이다. 이 심리학자들은 '모차르트 효과'란 언론의 성급한 보도와 학부모들의 조바심 때문에 엄청 부풀려진 잘못된 이론이라고 들고 나온 것이다. 이 학자들은 1993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언론에 실린 관련기사 500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학교와 탁아소에서 클래식 음악의 활용을 권장하고,부모들에게는 CD를 배포했으며,시험 기간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 또 플로리다주는 1998년 하루 30분간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된 이론 때문에 생긴 헛수고라고 이들 심리학자가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1993년 영국 과학지 '네이처'에 발표돼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모차르트 효과'는 일부 교육자들의 상상력에 음반업자들의 농간까지 섞여 생긴 헛소리라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모차르트 효과'란 말을 유행시킨 것은 1997년 미국에서 출간된 돈 캠벨의 대중적인 책 '모차르트 효과' 덕택이었다. 이 책에는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주며,창조성을 일깨워 주는 음악의 힘"이란 부제가 붙여져 있으니,그 책의 위력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모차르트를 들려주면 지능지수(IQ)가 높아진다는 그의 주장은 곧 어린이와 유아를 위한 모차르트로 확대 응용됐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프랑스의 의사가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일이 있다. 1991년 알프레드 토마티는 '왜 모차르트인가'라는 책을 써서 장애 어린이를 치료하는데 자신이 모차르트 음악의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미 위스콘신대 심리학 교수 프랜시스 라우셔와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캠퍼스) 물리학 교수 고든 쇼,두 사람의 여러 논문을 통해 더욱 확실해진 듯했다. 이들은 1993년부터 논문을 발표해 그 주장에 동조하면서 '모차르트 효과'는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자 1994년 뉴욕타임스의 음악 평론가 알렉스 로스는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모차르트 음악은 당신을 더 똑똑하게 만든다"라며 대중적인 해설을 하고 나섰다. 마침 모차르트를 주인공 삼은 영화 '아마데우스'(1985년작)가 세계적 인기를 얻은 다음이어서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모차르트 효과'에 대한 반론은 적지 않았고,1999년에는 이를 강력히 지지했던 라우셔조차 한발 뒤로 빼는 듯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번 스위스와 미국 교수들의 합작 논문은 바로 그 비판론의 연장인 듯하다. 요컨대 음악을 통한 인간 지능의 발달이란 아직도 확립된 이론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할 일은 이들 논의가 모두 세계 일류 학술지나 일류 언론을 통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앞에 나온 '영국심리학회지''네이처''뉴욕타임스'가 모두 그런 것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런 학술지 등을 과신해,그 발표가 바로 진리라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과학과 학문의 세계는 이런 학술지 등을 통해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이론과 생각이 각축할 뿐,발표가 곧 진리는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의 '모차르트 효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학술지나 언론의 발표가 바로 진리는 아님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