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경영大賞] "그 작은 차이.기술 하나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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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질레트는 40세의 세일즈맨이었다.
그는 남달리 이발소 가기를 싫어했다.
일자형 면도칼이 비위생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발소에 가지 않고 혼자 면도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양날 안전면도기를 개발해낸 그는 1901년 보스턴에 질레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질레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매일 아침 질레트면도기로 면도하는 사람은 12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질레트는 세계 28개 국가에 62개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200여개국에 도·소매망을 가진 이름 그대로 '글로벌 기업'이다.
질레트는 어떻게 면도기 하나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마케팅 전략 덕분이었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중 질레트는 총 3600만개의 면도날과 3000만개의 면도기를 군인들에게 초저가로 공급했다.
이때 질레트를 사용한 군인들은 제대를 하고 고국에 돌아가서도 고스란히 질레트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다.
또 한때는 영어로 면도(shave)와 저축(save)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은행 점포에서 면도기 판촉전을 벌여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질레트가 완벽한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것은 인수·합병(M&A)을 잘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기면도기가 나오면서 양날 면도기의 시장이 위축되자 세계 최초의 전기면도기 업체인 독일의 브라운AG를 인수해 버렸다.
이어 수정액 '화이트' 생산 업체의 대명사인 리퀴드페이퍼도 인수했다.
칫솔의 대표 기업 오랄B를 인수한 데 이어 만년필의 대명사인 파커사도 인수했다.
면도기 하나로 출발해 세계시장을 계속 깎아가고 있는 질레트가 한국에서는 건전지 시장을 면도해가는 중이다.
지난 96년 건전지 업체인 듀라셀을 인수했고 로케트 브랜드마저 사들여 버렸다.
글로벌화란 이처럼 때로는 면도날처럼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대해 방어만 하고 살 것인가.
그렇진 않다.
아무리 작은 기업도 작은 기술,작은 전략 하나로 글로벌화할 수 있는 것이 지구촌의 현실이다.
조셉 캠벨은 미국에서 과일과 토마토를 파는 상인이었다.
그는 과일과 야채를 잘 저장하고 배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아이스박스 제조업자인 에이브러햄 앤더슨과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이들은 회사 이름을 '캠벨프리서브'라고 짓고 야채 젤리 수프 토마토캔 등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배달하고 팔았다.
그러나 창업한 지 28년째 되던 해 화학을 전공한 존 도런스 박사가 캠벨에 합류하면서 이 회사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도런스 박사는 수프의 물기를 제거해 세계 어느 나라든 공급할 수 있는 토마토수프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기를 없앤 캠벨수프는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중국 등으로 계속 팔려 나갔다.
따져보면 캠벨수프가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수프에서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송이 수월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글로벌화할 수 없다.
캠벨수프는 '지속적 재고 자동보충(CRP)'이라는 독특한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해 전 세계에 수프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췄다.
질레트나 캠벨처럼 한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려면 남다른 전략을 짜야 하고 이를 수행할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한 회사가 어느 정도 글로벌화했는지를 평가하려면 △현지 공장 진출 현황 △수출입 실적 △해외 기술교류 실적 △최고경영자의 글로벌 전략 △신제품 개발 전략 등이 감안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감안,한국경제신문은 다양한 항목의 평가를 통해 '2005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대상' 수상 업체를 선정했다.
이번 선정에서는 종합건설 부문의 현대건설이 2년 연속 경영대상을 수상하고 전문건설 분야에선 삼지석재공업이 선정됐다.
제조 부문에서는 △월산 △경인양행 △풍국통상 △에이스산업 △서울샤프중공업 △노드시스템 △중앙시스템 △홈캐스트 △오스템 △델코(2년 연속 수상) 등이 글로벌 비즈니스 경영대상을 수상한다.
서비스 분야에선 △대우인터내셔널 △영진시스템 △책임테크툴 △범한종합물류 등이 선정됐다.
공공행정 부문에서는 △인천시 연수구 △전남 광양시가 각각 대상을 받는다.
제품 부문에서는 노비타가 가정용 전기기기로 대상을 차지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