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업 조기매각 논란] 중국, M&A시장 휩쓴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외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은 자원이나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라면 얼마든지 높은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며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6월 말 기준 7110억달러)을 가진 중국 정부도 자국 업체의 기업 사냥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중국 기업은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 바이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PC업체인 롄샹이 지난 5월 미국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휴렛팩커드나 델 같은 세계적 PC업체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중국 기업에 의한 M&A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앞서 중국 전자회사 TCL은 프랑스 톰슨의 TV사업부를 인수해 세계 최대 브라운관TV 회사를 설립했다. 난징자동차도 최근 영국 MG로버를 사들여 해외 자동차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중국은 이 같은 외국 기업 M&A를 통해 자원 부족,낮은 기술력,글로벌 네트워크 및 경영능력 부재 등 자국 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하고 있다. 외국 기업을 인수하면 자원과 선진 기술,유통망,경영기법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들은 중국의 무차별적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당장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을 팔았다가 중·장기적으로 자원 및 기술 유출이 심화돼 자국의 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피인수 기업측 국가의 반대 등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 시도가 무산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국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에 실패한 게 대표적 사례다. CNOOC는 유노칼을 사려고 경쟁 상대였던 쉐브론보다 10억달러나 많은 185억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했지만 미국 정계에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생긴다며 강력히 반발,인수가 무산됐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좌절을 겪었지만 여전히 공격적으로 M&A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중국 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이 인도와 러시아의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최근 주가보다 20% 이상 프리미엄을 얹어 캐나다의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1억80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중국 전자업체인 화웨이도 영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마르코니를 1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보수세력이 영국의 대표 기업을 중국에 팔 수 없다며 반대하는 등 역풍을 맞고 있지만 화웨이는 이번 인수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