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루피아 끝없는 추락‥ 3년6개월만에 최저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달러를 대량 매도하는 등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일 정도로 루피아화 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환시장에서 25일 루피아화 가치는 달러당 1만340루피아까지 추락했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로써 루피아화 가치는 올 들어 11%나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 4월 이후 50억달러의 보유 외환을 투입하고,달러 유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기준금리를 연 8.5%에서 연 8.75%로 인상했지만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24일 밤 긴급 장관회의를 열고 "재정 및 금융정책을 총동원해 루피아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외환시장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했다. 루피아화 가치 급락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크게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서민층에 제공하는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커지면서 재정 압박이 한층 가중되는 양상이다. 올해 에너지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139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지만 국내 공급이 모자라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DBS뱅크의 유벤 파라큘레스 애널리스트는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가 석유 수입 용도로 달러를 대거 사들이면서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한 측면도 있다"며 "루피아화는 수일 내 달러당 1만500루피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