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상한 나라'의 '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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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종
요즈음 우리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서 게오르규의 '25시'를 살고 있는 느낌이다.
토끼굴에 들어간 앨리스는 정상이 아닌 요상한 꽃,이상한 벌레만 본다.
아마도 그 시간은 25시였을 게다.
이처럼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을 가늠하기가 너무나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니,이건 정상적 리더십이 아니다.
또 대통령제 하의 대통령이 의원내각제의 고이즈미나 슈뢰더 총리를 부러워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노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하여 총선거를 치를 수 없음을 통탄하지 말고 70%의 비판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말솜씨'와 '일솜씨'를 보여주어야 한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는 8·15 대사면을 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진정성이 있는 화해와 관용의 정책을 펼 때 가능하다.
화해와 관용의 정치를 하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또 조기숙 홍보수석은 "대통령은 21세기형인데 국민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했다.
이것도 이상한 말이다.
21세기 마인드가 있는 국민만이 21세기 대통령을 뽑는 법이다.
혹시 국민은 21세기형인데,홍보수석이 독재시대 문화에 젖어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모레 발표된다.
오랜 고심 끝에 부동산 부자가 "악소리" 낼 만한 대책을 마련한 정부로서는 후련할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의 정책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강남재건축아파트 산 사람 언제까지 웃을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정책은 오로지 강남의 집부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나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나 정부가 강남 때문에 특단의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그것은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하는데,반대로 개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남을 표적으로 해서 결국 부자,서민을 가릴 것 없이 비명소리 나는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니,"군청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는 정부의 오만이 서려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만은 헌법처럼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주택보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며 차기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서다.
그런 정부의 대안이 무엇인가 했더니,결국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이익집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정책을 '윈윈정책' 보다 '제로섬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편가르기 계급정치일지언정 국리민복의 정상정치는 아니다.
또 왜 자신의 정책만은 '일과성의 정책'이 아니라 '영원불변의 정책'이 되어야 하나.
헤라이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변한다"고 설파했는데, 자신들의 정책만은 시장의 보복도,유권자들의 평가도, 또 차기정부로부터의 평가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일까.
이제 국민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할까.
노대통령은 퇴임 후 임대아파트에서 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임대 아파트에 사는 것이 비전이 되는 것인가.
물론 그렇게 되면 부동산 투기도 있을 수 없고 또 '세금폭탄' 맞을 일도 없다.
하기야 직접 임대아파트를 구하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부동산 정책하에서는 집가진 모든 사람들이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터이다.
비싼 보유세를 내야 하니까….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멀쩡한 자기 집을 놔두고 왜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야할까.
'이상한 나라'의 '25시'가 되었기 때문일까.
나는 이런 '이상한 나라'가 싫다. 우리는 '이상한 나라'보다 '정상적인 나라'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