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말로만 '기업친화' .. 정부 신뢰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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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친화 법무부는 장관이 그냥 한 번 해본 말?
법무부가 '기업친화적 법무환경 조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진행해왔던 사업들이 대부분 지지부진하거나 사실상 중단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업은 올초 김승규 당시 법무장관이 연내에 소기의 성과를 내겠다며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공수표를 남발한 결과를 낳게 됐다.
이들 사업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법령 사전 상담제 한 달에 3건 상담=28일 법무부에 따르면 기업 등이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각종 법령에 저촉되는지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올 3월부터 시작한 '법령 사전 상담제' 신청 건수가 지난 6개월간 총 19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상담 사례 중 조회수 100회를 넘긴 사례는 단 1건.상담활동도 부진하지만 기존 상담사례조차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해 중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 다른 부처로 법령 사전 상담제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법무부의 당초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홍보가 미흡한 데다 홈페이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돼 있어 기업이나 국민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9월부터 전면 개편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출 관련 법적 분쟁에 취약한 중소·벤처기업에게 무료로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수출 중소·벤처기업 지원변호사단 활성화 사업'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8개월 동안 작년 한 해 처리 건수(84건)의 절반인 45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법무부 국제법무과 최용훈 검사는 "하반기에 사건이 많이 처리되는 경향을 볼 때 올해 남은 4개월간 처리 건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예 손놓은 사업도 있어=법무부는 올초 첨단 기술 유출방지와 지식재산권 단속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김승규 당시 법무장관은 관련 부처나 기업들로부터 해당사항에 대해 문의가 올 것에 대비,지난 1월 이례적으로 관련 검사들에게 대책 방안에 대한 연구논문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즉시 장관 명의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해외 연수 검사들에게 "연구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할 것"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7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법무부 내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진전사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법무부가 기업친화적 환경을 위해 추진 중인 전자 주주총회와 전자투표제는 상법 회사편 개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더라도 내년 하반기부터나 실시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세계 최초 도입'이라고 자랑했던 전자어음제도도 우여곡절 끝에 오는 9월27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참여하지 못해 당초 기대한 효과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정부 신뢰도는 정책 이행에서 판가름난다"며 "특히 법을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