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 아이들의 세상‥김영순 <크레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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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나 IT 기기를 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놀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며칠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에게 줄 선물을 고르려고 시내 대형 서점에 들렀다.
오랜 만에 책을 사줄까 하고 도움이 될 만한 서적을 찾다가 게임 코너를 지나게 됐다.
거기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 여럿이 컴퓨터 앞에서 신나게 춤추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컴퓨터에 연결된 대형 모니터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게임 화면 속에 들어가 있었다.
게임이 끝나자 아이들은 복잡한 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해 다음 플레이를 시작했다.
게임 하면 오락실이나 PC방 구석진 곳에서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나 많이 바뀌고 있었나 하는 격세지감이 들었다.
하기는 버스 안에서 게임을 하는 TV 광고도 있고,단말기를 흔들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휴대폰도 있다니 머지않아 길거리에서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도 같다.
확실히 요즘 아이들이 IT 기기를 대하는 태도는 어른들과 사뭇 다른 것 같다.
그들은 문명의 이기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세대도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연예와 게임 같은 소비적 산업에만 활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씁쓸함이 남았다.
얼마 전 참가했던 교육토론회에서 어떤 학부모가 아이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요즘 엄마들은 외출시 키보드를 빼서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나간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과연 아이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을 위해 나오는 다양한 디바이스가 아이들의 공부에 활용될 수 있다면 그 역시 아이들은 흥미로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할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컴퓨터,TV,휴대폰과 PDA는 물론 책(D-Book)과도 대화를 주고받으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학습을 하는 아이들,오디오뿐만 아니라 오감을 통해 즐겁고 신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야말로 다가오는 U-Learning에 가장 빨리 적응할 새싹들이다.
교육산업의 발전과 변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영향을 줄 것이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크게 변하는 곳은 아이들의 교실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이 더해져 하루라도 빨리 훈훈한 미래형 교실의 모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