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이 꿈 이루게 하지요" ‥ '슈퍼맨 닥터' 이승복씨


미국 동부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병원 재활의학과에는 '슈퍼맨 닥터'가 한 사람 있다.


휠체어를 타고 병동을 누비는 한국인 의사 이승복씨(40).이씨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며 촉망받던 체조선수에서 사지마비 장애인으로,미국의 명문 다트머스 의대와 하버드 의대를 거쳐 세계 최고의 존스홉킨스 병원 수석 전공의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의지의 한국인이다.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황금나침반)라는 책으로 펴낸 이씨가 29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만일 그런 사고를 겪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제가 있을까요? 사지마비 장애인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지만 지금의 제 모습,제 운명에 감사합니다. 대가를 치르기가 두려워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삶보다는 휠체어 속에 사는 삶일지라도 늘 꿈과 목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삶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지요."


이씨가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을 떠난 것은 여덟 살 때인 1973년.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하던 이씨는 "뭔가 큰일을 해 부모님의 칭찬을 받고 대한민국의 이름도 빛내겠다"고 결심했다.
그 방법은 올림픽 체조선수로 금메달을 따는 것.


대회마다 승승장구하며 전미 올림픽 상비군에 뽑혔던 이씨는 그러나 지난 83년 7월 마루운동 연습 도중 사고로 팔·다리를 전혀 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금메달의 꿈은 물론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게 된 것.그러나 그는 초인적 재활훈련으로 사용 가능한 근육들을 살려냈고 의학도의 꿈을 키웠다.
"의대를 다니면서 과외 지도를 받은 적은 없어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과제물도 냈지요. 그렇게 하자니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4~5시간 잘 때 저는 3분의 2만 잤습니다. 그랬더니 동료들이 저보고 'SB(Super Boy)'라고 부르더군요. 이 별칭이 최근에는 '슈퍼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씨는 지금도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고 두 손은 미세근육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의사로서의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다.
환자 진료에서 다른 의사들에 비해 다섯 배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이씨는 "환자들이 휠체어를 탄 저를 보고 처음에는 의아해하지만 나중에는 더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역경을 극복하는 용기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나온다. 남이 아무리 격려하고 도와줘도 자신이 결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