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블루오션 제조기' 윤석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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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똑같은 영역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0)은 '블루오션 제조기'다.
1980년 출판사를 차려 처음 사업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남들이 찾지 않는 새 시장을 발굴해왔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최근 진출하는 건설부문에서도 벌써부터 블루오션을 찾고 있다.
"왜 아파트 모양과 실내 디자인은 천편일률적이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그 출발점이다.
윤 회장은 "웅진건설이 짓는 아파트 등 건물은 다른 회사의 건물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자신했다.
이를 위해 이미 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주방용가구 디자인을 이탈리아 디자인회사에 맡겼다.
또 소형가전을 생산하는 웅진엔텍과 웅진코웨이 등 관련 계열사를 적극 활용,독특한 빌트인 생활용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윤 회장의 블루오션 개척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첫 블루오션은 학습지시장.1980년대 문교부(현 교육인적자원부)가 과외를 금지시키자 국내 최고의 강사들을 모아 '해임 고교학습'이란 책과 테이프를 출판한 것.당시만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학습지+테이프'방식을 도입,큰 인기를 끌었다.
영업전략도 독특했다.
윤 회장은 "학생과 학부모를 한꺼번에 만나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영업사원들을 밤 9시 이후 활동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집류 출판 때도 남다른 전략을 썼다.
1980년대 동화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대개 기린이나 코끼리처럼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이 주를 이뤘다.
윤 회장은 외국책에 등장하는 동물 대신 우리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 돼지 등을 소재로 '어린이마을'이란 전집을 출판했다.
이 책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던 도시지역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된 정수기 렌털(대여) 사업도 윤 회장의 아이디어다.
윤 회장은 "외환위기 여파로 대당 100만원이 넘는 정수기가 팔리지 않는 바람에 회사가 부도위기를 맞았었다"며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게 렌털이었다"고 말했다.
월 일정액을 받고 필터 등을 교체해주는 렌털방식으로 가계부담을 크게 줄여준 게 적중했다.
윤 회장은 본인 뿐만아니라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독특하고 기발할 경우 과감히 채용한다.
매실 대추 등 우리 고유의 재료를 이용,음료시장을 개척한 스토리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1999년 당시 37세에 불과했던 조운호 부장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그를 웅진식품 대표로 바로 발탁했다.
조 대표는 결국 콜라 사이다 등이 주류를 이뤘던 시장에 전통음료 바람을 불어넣었다.
현재 웅진식품은 초록매실,아침햇살 등의 전통음료를 26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김남국·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