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즈의 마법사‥석혜원 <메트로뱅크 서울지점 부지점장>

석혜원 예나 지금이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고심한다. 경제를 벌떡 일어나게 할 마법은 없을까. 신문 편집자였던 프랭크 바움은 19세기 미국의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타개할 해결책이라고 믿었던 화폐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썼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떨어진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원을 이뤄줄 능력을 가진 에메랄드 대왕을 찾아 나선다. 애견 토토와 도중에 만난 허수아비,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도 각자 자신들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도로시의 동행자가 된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만난 에메랄드 대왕은 소원을 들어주기는커녕 악한 마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마녀를 처치했는데 뜻밖에 신고 있는 은구두를 툭툭 치면서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 미국의 화폐제도는 금본위제였다. 그런데 1880년께부터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금의 양이 부족해지자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낼 수 없었다. 시중에 돈이 부족하면 디플레이션이 온다. 물가가 떨어지면 돈 가치는 상대적으로 커지므로 돈 많은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 속의 도로시는 미국의 보통 시민,허수아비는 가난한 농민,나무꾼은 불쌍한 노동자,소리만 크고 힘 없는 사자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다. 이들이 노란 길,즉 금(金)길을 따라 에메랄드 성으로 가면서 겪는 고난은 디플레로 인한 고난을 나타낸다. 마법 신발인 은구두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은이다. 그러니까 '오즈의 마법사'는 금은본위제로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당시 미국의 부자들은 금본위제를,가난한 사람들은 금은본위제를 지지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금본위제를 지지하는 공화당이 이겼기 때문에 금은본위제는 실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알래스카와 호주 등지에서 새로운 금광이 발견됐고,원석에서 더 많은 금을 유출해낼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됐다. 자연 미국으로 들어오는 금의 양은 많아졌고,중앙은행은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낼 수 있었다. 디플레여,안녕.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오즈의 마법사'를 동화로 알고 있을까? 1939년 이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는 성공을 거뒀고 덕분에 원작은 어린이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동화로 계속 읽히게 되었다. 이처럼 처음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어디 '오즈의 마법사'뿐이겠는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되씹어 보게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