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후폭풍'] 미국 남부 산업시설 마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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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카트리나 후폭풍'이 거세다.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인명 및 산업시설 피해가 속속 드러나면서 경제적 손실이 예상을 훨씬 웃돌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의 전략 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배럴당 70달러로 치솟던 국제유가 상승세는 일단 진정됐으나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휘발유값은 계속 급등,인플레 압력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CBS마켓워치는 1일 "과거 허리케인이 일부 지역에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달리 카트리나는 미국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카트리나 후폭풍으로 미 경제의 낙관론이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트리나 후유증 오래갈듯
전문가들은 현재 갤런당 3달러까지 상승한 휘발유 가격이 3.5달러 선마저 돌파할 경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에너지 공급 차질이 생산 감축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억누를 것"이라며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사우스캐롤라이나대 더그 우드워드 교수는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4%에서 3%로,4분기 성장률은 3%에서 2%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이후 고수해온 '점진적' 금리인상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다우존스는 금리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잣대의 하나인 연방기금 금리 선물 12월물이 이날 연 3.945%를 기록,이틀전 연 4.075%에 비해 0.13%포인트 하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FRB가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시장의 관측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10년짜리 미 국채 수익률도 연 4.015%로 전날보다 0.074%포인트나 급락했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연 3.50%이며 금리인상 문제를 다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달 20일 회의를 포함,연말까지 세차례 열릴 예정이다.
◆산업피해도 속출
카트리나로 인해 에너지 산업은 물론 항공 통신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멕시코만 석유생산의 95% 정도가 중단된 데 따라 제트기 연료 공급이 13% 줄어들어 연료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손해평가 기관인 키네틱 어낼리시스는 향후 30일 이상 멕시코만 석유의 50%와 천연가스의 28%가 생산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수입원유의 10%인 하루 100만배럴을 처리하는 루이지애나 연안 원유 항구는 전력 부족으로 현재 폐쇄 중이다.
또 멕시코만에서 동부해안까지 하루 9500만갤런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휴스턴~노스캐롤라이나 구간 송유관도 폐쇄된 상태다.
회사측은 이번 주말에나 제한적으로 재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루이지애나 등 주요 피해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듀폰 P&G 벨사우스 AP통신 등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 아직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는 이 지역에서 상당 기간 할부금을 받지 못해 현금 수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맥도날드는 200여개의 매장을 폐쇄했으며 월마트 홈데포 등 유통업체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관광업체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지난해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었지만 항공 운행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데다 피해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개점휴업 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트리나는 수출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1500억달러 규모의 화물을 처리하는 뉴올리언스와 멕시코만 항만들은 미 수출입 화물운송의 2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항만 시설의 파괴가 심각할 경우 곡물 종이 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에는 수개월간 부정적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