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축률 -0.6%‥ 사상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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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축률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 상승과 각종 세일 행사에 고무된 미국인들이 지갑을 활짝 열어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미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7월 개인 순저축률은 -0.6%로 추락했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0.2%)보다도 낮은 것으로 1959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다.
미국인들의 7월 개인 소득은 전달보다 0.3% 증가한 반면 지출은 두 달째 1.0% 늘었다.
개인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다는 뜻으로 미국인들이 미래 예상 소득을 믿고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소비를 늘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GM자동차가 지난 7월부터 직원 우대가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각종 할인 행사가 많았던 것도 저축률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미국인들의 소비 증가는 집값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말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FRB 연례회의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자산 가치 증가를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와 소비를 낙관적으로 늘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은 지난해 미국 집값 평균 상승률이 25년 만에 가장 높은 13.4%에 달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12.8% 올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같은 소비 증가와 저축률 하락은 미국이 해외 차입을 계속 늘려야 하며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로치는 "미국의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71%를 넘어섰다"며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해외 각국의 잉여 저축분을 끌어와야 하는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