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다 ‥ 2분기 실질국민소득 증가율 0%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탓에 올 2분기 중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작년 같은 기간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외환위기 이후 증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급등한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경우 하반기 중에는 실질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5년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2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3%로 지난 7월26일 발표한 속보치와 같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 수준으로 실질 GDP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분기(-6.1%) 이후 최저치다. 실질 GNI는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과 실질 국외순수취 요소소득을 더한 것이다. 실질 GNI 증가율이 실질 GDP 증가율을 밑돈다는 것은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더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분기 중 실질 GNI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평균 원유 도입 단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2004년 2분기 34.69달러→2005년 2분기 49.15달러)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분기 중 발생한 실질무역손실만 약 10조원에 달한다. 또 지난 2분기 중 외국인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등의 영향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요소소득이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1조1000억원)보다 50%가량 늘어난 것도 실질 GNI 증가율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최근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실질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