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로드맵' 정부 단독 입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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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노사로드맵)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3일이 노사로드맵에 대한 노사정위의 논의 시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노사로드맵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입법을 추진할 경우 법안 자체가 졸속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이 내용에 반대하고 있는 노사 양측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노사로드맵 일괄 입법화
노사정위는 노사로드맵에 대한 논의 시한이 3일로 끝남에 따라 노사정위 논의 결과를 오는 5일 노동부에 이송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이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11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노사정위는 이날 재계와 정부,공익 대표만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로드맵에 대한 최종 논의를 끝낼 예정이다.
노사정위가 노동부에 이송할 노사로드맵 내용은 2003년 12월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가 작성한 방안이 거의 그대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노사정위로부터 노사로드맵을 건네받는 즉시 노동연구원에 의뢰해 로드맵 주요 쟁점에 대해 6∼7차례 공청회를 열고 노·사·정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근로기준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노동위원회법 등 4개 법률 개정을 통해 노사로드맵 34개 조항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노사로드맵은 복수노조 허용시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비롯해 공익사업 대체근로 허용,불법파업시에도 직장폐쇄 허용,직권중재 폐지와 공익사업 범위 확대 등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쟁점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로드맵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이 짧은 데다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어 입법화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반발 등 진통이 예상된다.
◆"일괄 처리는 불가능"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노사로드맵을 일괄처리키로 한 방침에 대해 노동전문가들은 면피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국회에 상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국회로 공을 넘기면 그후부터는 국회가 알아서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는 안이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은 한 세미나에서 "노사로드맵 34개 조항을 연내에 처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오는 2007년부터 시행되는 단위사업장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안을 우선 처리한 뒤 나머지 방안을 논의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학자들은 노사로드맵을 서두르는데 대해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전투적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법과 제도 탓이 아니라 의식과 관행이 잘못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의식과 관행 문제를 제쳐 놓고 법과 제도만 서둘러 입법화하는 것은 노사안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