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동산대책, 韓·中 차이

정부의 8ㆍ31부동산대책은 지난 6월1일 시행된 중국의 '부동산 투기억제 종합대책'을 떠올리게 한다. 두 나라의 부동산대책이 여러 면에서 같기 때문이다. 양도세 거래기준을 양도차익에서 실거래가로 전환했고, 주택공급을 늘리는 한편 분양가와 개발 원가 연동을 확대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전매제한을 강화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시대는 끝났다'라는 정책당국의 선언 역시 같다. 그렇다면 그 결과도 같을까? 우리보다 3개월 전 마련된 중국의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은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수년 동안 매년 30~40% 안팎의 폭등세를 보였던 중국 주요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수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투기꾼들은 세금부담 금융압박을 견디지 못해 집을 급히 내놓고 있다. 그동안 폭리를 누렸던 부동산개발업체 역시 분양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 폭등의 근원지였던 상하이의 경우 투기억제대책 실시 이후 주택 거래가격이 평균 10% 안팎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던 푸둥(浦東)의 일부 고급아파트 가격은 3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정부대책이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전문가들은 상하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로 '정부의 강력한 정책추진 의지'를 꼽는다. 중국 7개 부처가 공동으로 투기억제 대책을 마련한 것은 지난 5월 중순.이 정책은 1주일여의 예고기간을 거쳐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의 정치제도 특성상 어느 누구도 정부정책에 이의를 달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이번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입법과정에서 변질되거나, 또는 강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용을 그리려다 결국 뱀을 그린 꼴이다. 여러 면에서 중국 부동산대책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8ㆍ31조치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투기억제 정책 의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