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패자부활제' 단독후보 김상조 前모주대표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 실패자라는 낙인을 깨끗이 지우고 싶습니다." 김상조 전 모주 대표(35)가 지난 6월 도입된 정부의 벤처기업 경영재기지원제도(벤처패자부활제)의 도덕성평가 통과자로 최근 첫 선정됐다. 그는 한때 여관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재기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서울산업대 대학원생으로 창업동아리 활동을 했던 김 전 대표는 98년 1월 동아리회원들과 법인 모주를 설립하고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첫 개발제품 '반도체 리드프레임 검사장비'로 첫해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엔 직원이 35명으로 늘어났고 매출액도 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씨가 곤경에 빠진 것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투자자금을 대기로 한 임원이 주금을 허위로 납입한 데다 매출대금 1억2800만원을 횡령한 것.게다가 받은 어음(3억원)이 휴지조각 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해엔 매출액도 8억원으로 줄고 5억원의 적자까지 냈다. "통장은 빈 깡통이 됐고 회사가 기우뚱거리자 직원들은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빚을 못 갚자 2000년 4월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어요." 그는 불어나는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부모 소유의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아 버텼다. 결국 빚을 전부 갚지 못해 이 빌딩은 2001년 5월 경매로 넘어갔다. 알거지가 된 가족들은 월셋방으로 옮겼다. "어린 아들을 업고 필요한 가재도구만 트럭에 싣고 쫓겨나다시피 집에서 떠날 때의 심경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자신의 처지가 창피해 지인들에게 전화걸기가 두려웠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직원들의 앞길을 먼저 챙겼다.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노래반주기업체 A사의 대표에게 부탁해 직원들을 취직시켰다. 자신도 모든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회사의 기술담당 이사로 들어갔다. "월급으로 빚을 갚아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2억5000만원의 빚이 남아 있습니다." 그에게 행운이 온 것은 지난 2월 채권 금융회사에서 빚 일부를 탕감해주면서 합의를 해줘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게 된 것.그 뒤 김씨는 넥스엠을 설립하고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은 영상음향장비와 반도체 및 LCD장비. 김씨는 "벤처패자부활제의 최종 관문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13억원 신청)이 통과되면 이를 넥스엠의 개발 및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두 배 아니 세 배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이계주 기자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