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재즈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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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다른 음악장르와는 달리 '즉흥성'이 특징이다.
같은 곡이라 해도 연주자와 부르는 사람이 자기 취향과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드럼 피아노 트럼펫 색소폰 등의 연주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연주하는 애드리브(즉흥연주)는 재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백미다.
이러한 재즈의 고향이 바로 뉴올리언스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도시를 흥겹고 낭만 넘치는 도시로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재즈의 대표적인 명소라면 200여년 전에 형성된 프렌치쿼터(French Quarter)다.
이름에서 보듯,프렌치쿼터는 프랑스 사람들이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앨라배마 등지의 목화상인들과 국제무역을 하면서 입지조건이 좋은 미시시피 강가에 터를 잡아 마을을 이룬 곳이다.
주변의 흑인 동네와는 전혀 딴판으로 이 곳에 들어서면 재즈의 선율이 빅토리아 풍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어울려 길손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이 고장 출신의 재즈 거장으로 추앙받는 피아니스트 젤리 롤 모턴과 코넷 연주자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은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삼키면서 프렌치쿼터도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는 소식이다.
유령의 도시처럼 악취가 진동하고 시신들이 둥둥 떠다닌다고 한다.
약탈과 분노로 얼룩지고 있는 도시가 고질적인 흑백 갈등까지 불거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도시이전인 것 같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수십만명을 이주시켜야 하는 대역사여서 말처럼 그리 쉽게 실행될 것 같지는 않지만,자칫 유서 깊은 도시가 그 명성을 잃을까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20세기 들어 뉴올리언스에서는 장례식 음악으로 재즈가 연주되기 시작했다.
슬픔을 그만 거두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뉴올리언스가 카트리나의 슬픔을 딛고서,경쾌한 재즈음에 맞춰 희망의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