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입주마감 한달 지나도 70~80%가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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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전후해 서울 및 수도권의 새 아파트 입주율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해 새 아파트로 이사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사람들이 '8·31 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에 무더기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도 입주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잔금회수를 못하고 있는 건설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마감 지나도 입주율 20~30% 속출
입주 마감시한이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30%에도 못미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외곽 할 것 없이 요즘들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의 D아파트는 입주마감 시한이 이달 초로 바짝 다가왔지만 입주율은 20%선에 머물고 있다.
호평동 인터넷공인 관계자는 "잔금을 치르고 입주해야 할 사람들이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못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총 1200여가구의 대단지인 고양시 가좌동 P아파트는 입주 마감시한이 이미 지났지만 현재 60%대의 입주율에 그치고 있다.
32평형 가격이 2억3000만~2억6000만원으로 2~3개월 전보다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입주를 하지 않고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호가를 500만~1000만원 낮춘 급매물이 갈수록 쌓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입주율 저조현상은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서구 염창동 H아파트는 오는 11일까지 입주를 마쳐야 하지만 전체 가구의 40% 정도만이 이사를 온 상태다.
마포구 상암동 S아파트도 입주 마감시한이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입주율은 30%대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외곽의 경우 입주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8·31 대책의 여파가 본격화될수록 입주율이 더욱 떨어져 자칫하다간 연말께 '빈 집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매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건설사들 자금난 비상
예년보다 입주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건설사마다 비상이 걸렸다.
입주율이 떨어지면 잔금 회수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동일토건의 김격수 이사는 "입주율이 떨어질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자금회전"이라며 "통상 입주 시한 내 80~90% 정도의 잔금 납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자금계획을 세우는데 이를 밑돌 경우 급전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엔 금융권에서도 입주율 체크를 하는지 어려울 때마다 기가 막히게 나타나 자금회수 압박을 하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진의 홍융기 이사는 "2~3년 전 분양당시 계약금 5~10%만 받고 잔금 비중을 높인 곳이 많기 때문에 입주율 저조현상이 건설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업체들은 제2금융권과 손잡고 잔금대출(주택담보대출) 알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