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과주의 탈피..삼성, 스톡옵션 폐지 배경.의미

LCD(액정표시장치)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8.5%.1조2545억원의 매출에 733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제조업으로는 거의 기록적인 수익률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의 LCD유리업체로 부상하며 지난 2001년 이후 4년 연속 50%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 회사가 만약 상장 기업이었더라면 주가는 폭등했을 것이고 스톡옵션을 받는 임원들도 상당 수준의 목돈을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삼성코닝정밀유리 임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고작 PI(생산성 격려금)와 PS(초과이익배분금)에 모든 계열사들이 간헐적으로 받는 연말 특별보너스뿐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통해 대규모 평가차익을 거둬들인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보상이었다. 삼성이 지난 2000년 도입한 스톡옵션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이처럼 경영성과가 계열사나 사업부별로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경영진이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함으로써 미래 그룹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나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스톡옵션 제도는 경영진의 성취 의욕을 북돋우고 우수인력 유치 과정에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주식시장의 활성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혜택이 상장사 임원에 국한된 데다 상장사 내부에서도 부여받은 시기에 따라 평가차익이 천차만별이어서 그 효용을 의심받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스톡옵션을 받은 임원들 간에 행사가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다 사회 일각에서 삼성전자의 스톡옵션을 '로또'에 비유하며 회사의 정규 성과보상 시스템을 한탕주의로 몰고가는 세태에도 많은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에 '로또'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많은 임원들이 모욕감을 느꼈다"며 "동기 부여를 위한 당초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삼성공화국론'이 오버랩돼 무척 곤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새로운 시스템은 스톡옵션 자리를 대체할 시스템은 중장기 성과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칭도 '장기 성과 인센티브제'로 정해졌다. 스톡옵션처럼 주식을 매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 보너스처럼 철저한 현금 보상이다. 평가 기간은 3년이고 지급 횟수는 3년에 1회로 정해졌다. 연 1회 지급하는 PS나 연 2회 나눠주는 PI가 갖고 있는 단기 보상 시스템을 중장기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보상 한도는 직급과 기여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장급은 경우에 따라 수십억원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이냐다. 삼성은 1400명에 달하는 그룹 내 모든 임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이미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영실적이나 업적,매년 연봉계약 때 책정된 목표달성도 등을 따져 손쉽게 계량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