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스톡옵션] (上) 삼성 전격폐지에 재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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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전격적인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제 폐지로 외환위기 이후 '선진 경영기법'의 하나로 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해 온 스톡옵션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스톡옵션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지만 막상 재계 1위 삼성이 이 제도를 용도 폐기하자 여파가 커지고 있는 것.
올해 스톡옵션제를 도입한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위화감 해소와 삼성그룹 전반의 결속력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현대자동차 재경 부문의 한 임원도 "삼성이 새로운 성과보상 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동안 믿어온 스톡옵션의 순기능에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쨌든 재계 전반에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스톡옵션은 그 자체로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지만 이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빈번히 노출된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갖고 있는 스톡옵션의 평가차익은 1조원이 넘지만 2000년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스톡옵션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부담이 커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다른 상장 기업들도 스톡옵션 부여나 행사로 인해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였다.
◆어디까지가 경영자의 공인가
지난 7월 중순 27만5000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38억원 정도의 차익을 얻은 우의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정상화시킨 일등 공신으로서 우 사장이 그 정도의 경제적 보상을 받는 데 대해 이의를 달긴 어렵다.
하지만 우 사장이 스톡옵션을 획득한 절차와 행사한 시기 등에 대해서는 뒷말들이 많았다.
우선 2002년 사장 취임 때 부여된 스톡옵션은 당시 주채권은행(외환은행)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채권은행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은행들은 외환은행과 하이닉스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상당한 유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하이닉스 경영 정상화와 동시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시기.워크아웃 졸업 이후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 데도 주요 경영진들이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배경을 놓고 갖가지 추측들이 무성했다.
일각에선 힘겹게 조기 경영정상화를 달성한 만큼 서둘러 보상을 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주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여기에다 현 경영진의 능력 여부를 떠나 '구조조정 기업 경영자들이 과연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느냐'라는 원칙론까지 가세해 떠들썩한 '대박'과는 동떨어진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비슷한 논란은 지난 3월 우리금융이 황영기 회장에 대해 25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려다가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경영진이 과도한 스톡옵션을 챙겨서는 안 된다"는 예금보험공사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는 사태 때도 벌어졌다.
◆인재 경영엔 '묘약'
하지만 스톡옵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스톡옵션이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성취 동기를 유발한다는 데는 선선히 동의한다.
삼성전자가 임원들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제공해 국내 기업들의 인재 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 또한 사실이다.
삼성은 이번에 일괄적으로 부여하는 스톡옵션제는 폐지하지만 외국인 인력 영입 등을 위해서는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또 스톡옵션을 통해 얻는 보수가 해외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연봉과 견줘봤을 때 결코 과다하다고 할 수만도 없다.
이승철 전경련 조사본부장은 "결론적으로 스톡옵션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는 정답이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문화와 성장단계 등에 맞춰 남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