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외암마을' 익어가는 가을 향수에 젖어봐


이제 곧 한가위다.


매년 명절 때가 되면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향수가 살아난다. 고향을 오가는 길, 혼잡한 고속도로에서 잠시 내려 옛 문화를 느껴본다면 교통체증으로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여행길에 활력소가 될 듯싶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가면 선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65가구의 기와집과 초가집 등이 모여있는 외암민속마을이다.


민속마을은 옛 건물들만 늘어서 있는 민속촌과는 달리 현재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 그래서 삶에서 우러나는 체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 5.3km 낭만적 분위기의 산책로
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326호 외암마을은 높이나 크기를 자랑하지 않는 소박하고 단아한 집들이 모여 충청도 양반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은 배산임수의 지세에 자리하고 있다.


설화산에 등을 기대고 앞으로는 작은 내가 흐른다.
특히 나지막한 돌담장이 인상적이다.


인근 밭이나 집터에서 캐낸 돌로 쌓은 담장의 총길이는 무려 5.3km.낭만적 분위기의 산책로를 이룬다.


또 설화산의 화기(火氣)를 피하기 위해 냇물을 집안으로 끌어들인 독특한 건축기법도 눈길을 끈다.
설화산 계곡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가 모든 집을 한번씩 돌아나갈 수 있도록 마을의 수로가 서로 연결돼 있다.


# '므'자형 가옥 '참판댁'서 연엽주 맛봐


외암마을이란 명칭의 유래는 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역에서 사용하던 말을 먹이던 곳이라 하여 '오양(외양)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이 명칭이 변해 '오야골'을 거쳐 '외암'이 됐단다.


이후 이곳은 조선중엽 명종 때 장사랑을 지낸 이정 일가가 낙향해 정착함으로써 예안 이씨의 집성촌이 됐다.


중요 민속자료 제233호인 건재고택은 숙종때 대학자인 이간 선생이 출생한 곳으로 아름다운 정원에는 학의 모양을 본뜬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한말 고종이 하사했다는 '므'자형 가옥인 '참판댁'에서는 대대로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연엽주를 맛볼 수 있다.


한편 외암민속마을에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취화선',드라마 '여로''야인시대''덕이' 등 수많은 영상작품이 촬영돼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을 선사한다.


서산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외암민속마을 (041-541-0848)에서는 아기솟대만들기, 연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두부만들기, 감자·고구마캐기 등 옛 농촌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또 각종 민속놀이와 추수, 메뚜기 잡기, 허수아비 만들기 등과 한옥숙박체험 역시 가능하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평택IC에서 빠져나와 아산만방조제를 지난 뒤 39번 국도를 타고 공주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왼편으로 외암민속마을이 보인다. 경부고속도로는 천안IC에서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39번 국도를 따라 좌회전한다.
외암민속마을 인근 형제식당(041-541-9789)은 두부요리로 유명하다. 매일 두부를 만들고 그날 만든 분량이 다 팔리면 식당 문을 닫는 것이 특징.


양념이 잘 된 배추속과 두부, 돼지수육을 한데 싸먹는 두부보쌈(1만8000원)이나 사골육수에 각종 버섯과 두부를 넣어 끓이는 손두부버섯전골(2만∼3만원)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