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후변화협약 본격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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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협약 대응에 소홀했다가는 큰코 다칩니다. 기업의 성장과 생존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어요."(이상형 LG화학 기후변화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장)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이 지난 2월16일 발효된 이후 국내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실제 남동발전 관계자는 "발전 연료로 유연탄 1t을 사용하면 2.3t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면서 "EU(유럽연합)와 같은 CO₂ 배출규제가 적용되면 앞으로 전력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나 동서발전 등이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1조원 안팎의 대대적인 투자계획까지 마련해 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방위적 대응
LG그룹은 LG화학 등 8개 계열사 중심으로 그룹의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을 짠 다음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석 연료를 줄이는 공동 노력을 전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통계치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공유키로 했다.
여기에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을 받아 온실가스 배출권 모의거래시스템까지 운영해 본다는 계획이다.
보다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다.
이상형 LG화학 팀장은 "LG화학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중 92%가 이산화탄소여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다음 달 말까지 내부적인 감축량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별 기업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공동 대응키로 했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LG와의 협력을 계기로 산업체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 및 추후 배출 전망,온실가스 저감 전략 등을 파악해 향후 대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대대적인 투자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철강,석유화학,발전회사 등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포스코는 CO₂ 배출량을 줄이고 설비를 개선하는 데 2008년까지 89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2017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CO₂ 감축,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불화탄소(PFC)를 2010년까지 10% 줄이기로 했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은 국내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글로벌 경영의 중요한 축이다.
EU는 온실가스 감축 1차 이행기간(2008∼2012년)이 적용되는 곳이어서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제품을 이 지역에 수출해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 업계는 EU와 맺은 국가별 자율규제 약속에 따라 오는 2009년까지 EU 수출 차량의 CO₂ 배출량을 대당 186g/km에서 140g/km로 대폭 낮춰야 한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메이커들이 CO₂ 배출량을 줄인 엔진을 개발하고 하이브리드(휘발유와 전기에너지를 혼용하는 자동차) 등 친환경차를 개발하는 데 향후 4∼5년간 수조원을 투자키로 한 까닭이다.
김홍열·김형호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