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제2부ㆍ끝 : (8) 안준영 제로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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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산시설도 없다. 하지만 기술 하나는 자신한다. 주문만 하면 물건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다."
2002년 미국에서 전동공구로 유명한 회사인 블랙&데커측 사람을 만났다.
미국 가정용품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블랙&데커에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 생산시설도 갖추지 못한 회사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기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름은 안준영.올해 마흔여덟 살이다.
제로팩(ZEROPACK)이라는 진공포장 회사의 사장이다.
그는 어렵다는 미국 수출계약을 이렇게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뚫었다.
그의 회사 제품은 지금 블랙&데커란 브랜드로 월마트에서 팔리고 있다.
"지금 국회의사당 자리가 제 고향입니다.
1970년대 초일 텐데 국회의사당을 짓는다고 거기 살던 주민들을 봉천동으로 이주시켰지요.
그때 4형제 중 장남이었던 제가 돈벌이를 빨리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졸업장만 갖게 된 이유였습니다."
안 사장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공부에 미련은 없단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기술만이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은천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런저런 일을 하다 16살이 되던 때였다.
친한 형이 있는 비닐공장에서 비닐 관련 기술을 배운 것이 지금의 천직이 됐다.
"비닐에는 도가 통했다고 자신해요.진짜 열심히 배웠거든요.다른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어릴 때 비닐 만지는 기술을 안 배웠더라면 소시지나 육류를 포장하는 진공포장 회사를 차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진공포장 아이디어 하나로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움을 받아 새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가 미국 기업과의 특허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국내에서는 가처분 들어오지,해외에선 소송 들어오지.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미국 로펌 베이커봇츠의 윌리엄 비어드 변호사가 미국 내 소송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이것저것 설명하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그래서 안 사장은 어깨너머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는데 영문법을 어떻게 알겠어요? 필요하니까 배워야지요.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영어'가 되더라고요.지금은 미국 변호사랑 문제 없이 통합니다.그래도 역시 말보다는 '믿음'이 중요해요.사업이든,사람이든 솔직하게 대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안 사장의 꿈은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이다.
9월까지 55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직원이 7명인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익 4억5000만원을 올렸다.
인터뷰를 마치고 안산공단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나오는데 큼지막한 액자에 쓰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꿈은 이루어진다'안산=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