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수료 비싸다"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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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펀드 투자가 늘면서 펀드 판매보수(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펀드판매사들이 한 번 펀드를 팔고 나서 매년 펀드 금액의 2% 가까이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투자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설정액 1500억원 이상인 국내 대형 주식형 펀드 총보수는 연평균 2.45~2.54%에 달하고 있다.
총보수 중 약 70%에 해당하는 1.7~1.8%는 펀드판매사(판매보수)가,30% 정도인 0.6~0.7%는 자산운용사(운용보수)가 각각 가져간다.
이 밖에 펀드 내 자산을 보관하는 신탁회사가 가져가는 신탁보수 등이 있지만 비중은 극히 낮다.
◆장기 투자자에겐 불리
현행 펀드 보수 체계는 우선 장기 투자자에게 오히려 불리하도록 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 등 판매사가 펀드를 판매하고 얻는 '대가(수수료)'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매년 펀드 평가액의 일정비율을 계속 떼나가는 '판매보수 방식'과,판매 시점에서 한 차례만 큰 폭의 비율을 떼고 나중에는 떼지 않는 '판매수수료 방식'이 그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펀드 가입시 한꺼번에 많게는 4~5% 정도를 떼는 판매수수료 방식이 널리 도입돼 있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주식형 펀드가 '판매보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언뜻 보면 판매보수가 연 1.7~1.8%인 우리 방식이 한꺼번에 4~5%를 떼는 방식보다 더 저렴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 투자를 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3년 이상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를 할 때부터는 누적 보수가 5%를 넘어서 불리해진다.
특히 주가가 낮은 시점에 가입,장기 투자를 해 펀드 자산이 커질수록 보수는 더 많아지는 모순도 발생한다.
◆판매보수 너무 높아
이와 함께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해볼 때 연 1.7~1.8%에 달하는 판매보수는 '폭리'라는 지적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한 후 은행 등 판매사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기업 탐방이나 리서치를 하면서 주식 등 투자자산을 수시로 교체하는 자산운용사와는 매우 다르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로 자산운용사가 전체 보수의 70%,판매회사가 30%를 가져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3.5%에 불과한 저금리 시대에 은행 등이 펀드 한 번 팔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보수를 챙기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히 은행의 경우 직원들의 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상품도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다양하게 구비하기보다는 자회사로 두고 있는 운용사 펀드 위주로 갖춰 놓고 있다"며 "높은 판매보수를 받으려면 이 같은 점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판매사 직원은 "판매보수에는 투자설명서와 운용보고서 제공,기준가 공시,전산처리,투자자 상담 등 매년 투자자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며 "판매보수를 갑자가 낮춰 은행 등의 펀드 판매 동기를 약화시키면 이제 막 시작된 펀드 투자 붐이 자칫 식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판매사의 경우 투자기간이나 금액에 따라 펀드 보수를 차별화하는 '멀티클래스 펀드'의 보급을 늘리는 한편 고객의 자산 상태와 투자 목적 등에 따라 적합한 펀드를 추천해줄 수 있도록 판매인의 재무상담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