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사현장을 가보니] (上) GM 쇠락의 교훈

미국의 노동운동이 약화되고 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가 넘던 노동조합 조직률이 13%선까지 추락했으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도 파업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일부 강성노조로 골머리를 앓는 사업장들도 있지만 한국처럼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파업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노사관계학회와 공동으로 달라지는 미국의 노사현장과 강성 노동운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고성과작업장은 어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지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한다. 효율성과 이윤극대화를 무기로 성장동력이 넘쳐나는 미국의 생산현장.이곳에서도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노동조합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자동차생산업체들이 대표적이다. GM은 협상 파트너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압력에 굴복하며 퇴직 조합원들에게 엄청난 복지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산성 추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고도 임금 동결을 제안한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와는 딴판이다. 이런 여파로 70여년간 세계자동차시장을 제패해온 GM은 지난 5월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GM의 노사협상 파트너인 UAW측은 위기를 느끼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에 위치한 미시간주립대 노동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마크 스트롤 UAW602지부운영위원(GM 랜싱공장 소속)은 "GM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비용을 줄일 의향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비용 지출이 회사경영에 짐이 될지 몰라도 굳이 개선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원에게 이익이 된다면 회사가 망하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라는 말투였다. GM이 경영위기를 맞은 데에는 신제품 개발 등이 늦어진 탓이 있지만 노동조합의 경직적인 노동운동도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GM은 구조조정과 해외이전 때 노조의 동의를 받고 있고 일시 해고할 경우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주고 있다. 여기에다 퇴직자와 부양가족에 대해 의료비와 연금 등을 종신 지급하고 있다. GM 생산직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은 100%에 달할 정도다. 퇴직 조합원들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한 모두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의료비 연금 등을 종신으로 보장받는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다. UAW는 미국 내 최대 강성노조로 미국의 노동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75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GM 등의 퇴직조합원이다. 그만큼 UAW는 늙고 비대한 조직이다. 따라서 GM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퇴직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미시간대 노동대학원의 마이클 무어 교수는 "GM이 성장동력을 되찾으려면 종신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퇴직자들이 모두 늙어 죽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요즘 미국의 노동운동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이유는 과거 전투적 노동운동을 벌인 데 대한 후유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업이 늘어나면서 기업마다 파업 없는 아시아 국가 등으로 옮기고,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결국 노동운동이 쇠퇴하게 됐다는 것이다. 무어 교수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상당히 전투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게 되고 결국 노조는 설땅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랜싱(미 미시간주)=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