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역축제와 관광자원‥안종운 <농업기반공사 사장>

안종운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황태자와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경마대회에서 유래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맥주통을 실은 마차들의 행렬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본격적으로 맥주 마시기에 돌입하면 거리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맥주 거품이 넘쳐나고 동·서양인을 가리지 않고 어깨동무를 하며 흥분의 도가니로 탈바꿈된다. 700만 인구가 모여들어 16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 축제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술과 안주만 해도 평균 맥주 5500만잔,통닭 77만마리,소시지 64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축제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역시 2차대전 직후인 지난 47년 유럽의 평화와 통합을 위한 무대로 만들어져 연극 영화 무용 음악 등 공연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축제로 자리잡아 왔다. 에든버러의 유서 깊은 성에서 시작되는 이 페스티벌에는 전세계에서 30여만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열광적인 예술의 광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같은 지역민들의 축제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축제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축제의 수도 급증해 해마다 1000여개를 웃도는 축제 및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지역 축제로 인한 국내외 관광객만 2003년 기준으로 약 1600여만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6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함평의 나비축제 같은 경우는 '나비'라는 캐릭터를 축제에 도입해 관람객을 끌어모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며 부산의 국제영화제,이천의 도자기축제 등도 성공한 지역축제의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가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외국의 유명 축제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생적으로 형성된 것임에 비해 우리 축제는 짧은 시간 동안 관 주도 하에 형성된 사례가 많다. 어떤 축제는 주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폐막되는 경우도 있다. 획일적인 프로그램과 상품성 부재가 문제다. 지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에 부응해 지역마다 도농 교류사업과 지역관광사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관광 시대를 맞아 축제가 지역 브랜드 형성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관광객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독창적인 축제 아이디어와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