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권역별 비례대표 추진..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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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기존 당론이었던 중대선거구제를 포기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 숫자의 절반 정도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우리당은 이 안으로 한나라당을 협상테이블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이 끝까지 논의를 거부할 경우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고 나섰고,이에 한나라당은 "정치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압박하는 여당=열린우리당은 내부적으로 두 개안 정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현재 의석수(299명) 범위 내에서 지역구 대 비례대표 숫자를 2 대 1로 맞추는 안이다. 이를 위해선 지역구를 40여개 없애야 하는데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국회의원 정수를 340명으로 늘리는 안이다. 지역구를 일부만 조정하는 선에서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수를 220~240 대 100~120으로 맞추는 것이다. 비례대표는 전국단위 득표율 방식이 아니라 '권역별 정당득표율 배분 방식'으로 선출된다. 한나라당이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점에서 유인카드가 될 수 있지만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 여론이 의원정수 증원을 용인할지 여부가 변수다.
여당은 이 안으로 한나라당과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이나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경우 강행처리 카드를 꺼낼 태세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12일 "끝까지 한나라당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관행과 전통을 뛰어넘어 정치개혁이라는 숙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독 처리 강행입장을 내비쳤다.
◆반발하는 야당=한나라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연정론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치판을 흔들어 재집권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여옥 대변인은 "정치적 의제로 온 나라를 뒤짚어 엎으려는 것으로 정치적 자멸행위"라며 "선거구제 논의가 급하지 않다. 지금은 민생에 올인할 때"라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온 게 관행이었다"며 "의원수를 늘리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나경원 원내부대표는 "여당이 법안을 상정한다면 물리력을 동원해 몸으로라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창·양준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