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국방개혁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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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웅 국방장관이 며칠전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가 법제화를 추진중인 국방개혁안을 공식 발표하기 앞서 배경을 설명했다.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영국의 국방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츄터의 말을 빌어 국방개혁이 성공하려면 '정부 의지''지속성 확보''우호적인 여론'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츄터의 저서 ‘국방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원제:Defense Transformation: Short Guide to the Issues)’는 한때 우리 국방부 간부들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군의 문민화방안 등을 담은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윤 장관에게 일독을 권해 국방부가 아예 한국어판으로 발간했을 정도였다.세미나 참석차 최근 방한한 츄터씨가 윤 장관에게 국방개혁 성공 조건을 들려줬으니 윤 장관의 귀가 솔깃했을 것이다.실제 윤 장관은 츄터가 내건 성공 조건에 크게 공감하는 듯 했다.
윤 장관은 국방개혁의 지속성 확보와 관련,국방개혁안을 법제화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농담반 진담반으로 국방개혁내용을 국민들에게 함축적으로 전달할 구호(표어) 관련 아이디어를 달라고 기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윤 장관의 말대로 국방개혁 성공을 위해 이들 3가지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여기에 몇가지 조건을 더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무엇보다 예산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2020년까지 국방개혁을 추진하려면 680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어떻게 이 천문학적인 돈을 확보할 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방부안대로 병력 18만명과 군단 4개 사단 20여개를 줄이고 장군 자리 50여개를 없애더라도 이 재원을 충당하는데에는 터무니없이 적다.당장 내년에 사단 20여개를 줄인다해도 절감액은 연간 5조4400억원에 불과하다.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도 국방부는 청사진부터 그리고 있는 듯하다.국방부는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하기위해 앞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만 했다.또 “2020년까지 매년 11.1%의 국방비 증가가 이뤄진다면 예산확보에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국방개혁 관련 보도자료 책자의 맨 앞장에 “대통령께서 국방개혁을 위한 국방예산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적어놨다.믿는 구석은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군 내부로부터의 지지이다.특히 우리 군을 짊어질 중간 간부들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자칫 개혁의지만 너무 앞세우다보면 군의 사기나 명예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군 안팎에서는 윤 장관을 국방개혁의 적임자로 꼽고 있다.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데다 1990년 해군 준장시절 군구조개선위원회(일명 8.18위원회)에 참여, 육·해·공군의 균형발전을 골자로 한 당시의 국방개혁을 추진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그런만큼 윤 장관은 당시 ‘8.18 국방개혁’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8.18국방개혁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서라도 예산 확보와 군내부 공감대 형성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수찬 사회부 차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