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8.31 부동산대책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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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8ㆍ31대책'으로 정부가 확신하는 것 같이 부동산 투기는 끝날 것인가?
이번 대책은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 등 강력한 규제수단을 동원하고 수요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다량의 물량 공급계획을 포함하고 있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당분간 숨을 죽이고 상황 전개를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이번 대책으로 확실하게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속단하기엔 너무 이르다.
설사 이번 대책으로 투기 억제에 성공한다 해서 부동산정책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전반의 주거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이 이뤄질까? 특히 저소득층의 최소한의 주거수준이 보장될 수 있을까?
이제까지 나온 무수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진 것은 그간의 대책들이 부동산 문제의 복합적 성격과 배경에 대한 본질적 규명을 결여한 채 결과로 나타난 현상에 대한 대증요법으로서 입안됐기 때문이다.
8ㆍ31대책 역시 그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이름이 말하는 바와 같이 대책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과 복합적 성격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발상을 벗어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몇 가지만 생각해 본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누구나 자산의 증식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데 부동산 형태의 자산 증식은 대부분 투기로 간주되는 것이 적절한가? 현실세계에서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거의 불가능하고 실제로도 무의미하다.
부동산 투기의 주요한 배경은 부동산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고 운용하는 것이 다른 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큰 데 있다.
이렇게 한계 수익률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자산 운용 시장에 큰 왜곡 내지 결함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그대로 두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자금의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공영개발 위주의 주택 공급방식이 투기 억제를 위해 채택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소득 수준의 향상과 생활여건의 변화를 반영하는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또 기업의 이윤동기를 활용하지 않고 원활한 물량 공급이 가능할까? 시장이나 기업에 결함이 있어도 그 기능을 정부가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까지 입안된 부동산 대책의 근저에는 토지는 재생산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5.6%만 도시화돼 생산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토지는 용도와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재개발, 용도전환 등 보다 생산적으로 토지자원을 활용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경제적 시각에서 본다면 재생산과 다를 바 없다.
토지의 재생산성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한 토지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가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
투기가 억제된다고 주택보유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이 이뤄질까?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는 임대제도의 발전과 활성화가 해결의 관건이다.
관련 세제 등의 재정비를 바탕으로 다주택 보유자들을 적극적으로 주택 임대업의 주체로 전환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부동산 투기를 유발해 온 주범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역대 정부는 힘들게 도입해서 그때까지 자리잡혀 있던 합리적인 부동산 투기억제 제도를 경기부양을 위해 뿌리부터 흔든 경우가 많다.
개발이익 환수제도나 1가구 다주택 양도소득에 대한 중과세 제도의 변질이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 부동산 문제가 악화된 주요한 배경이다.
이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부동산에 관한 한 '대책'만 있었을 뿐 '정책'은 없었다.
이제는 8ㆍ31대책을 넘어서 '부동산 정책'을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