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로 본 부동산] 잘나가는 住公 속쓰린 土公..공영개발로 위상 달라져

최근 들어 한국토지공사의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영원한 경쟁자로 의식하고 있는 대한주택공사가 요즘 들어 너무 잘나가고 있는 데 반해 토공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듯해서다.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통해 아파트 공영개발 방식이 도입되면서 주공의 위상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 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주공은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를 비롯 향후 개발되는 2기 및 송파신도시의 공영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공 내부에서는 "업무가 크게 늘어난 만큼 인력 충원과 함께 조직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만간 임원 한 명을 늘릴 방침이다. 이전과 별로 달라질 게 없는 토공으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여기에다 한행수 주공 사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신도시 개발은 주택전문업체인 주공이 맡아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한 사장은 "집터는 집을 짓는 목수가 정하는 것"이라며 '목수론'까지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30만평 이하 택지는 주공이,그 이상의 신도시급 택지는 토공이 각각 맡아 개발해 왔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특히 주공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논문에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주택의 사용권만 분양하는 제도)'을 제안,토공을 자극한 상태여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공공택지에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이 적용될 경우 토공의 역할 축소는 불가피하다. 토공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개발한 데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조성까지 시행하면서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는데 갑자기 '웬 날벼락'이냐며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토공 관계자는 "공기업 설립 목적대로 주공은 임대 주택만 짓는 게 맞다"면서 "주공이 무슨 신도시 개발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다 무산된 토공·주공의 통합 논의도 최근 다시 솔솔 나오고 있어 토공측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역할의 대폭 확대로 인력 충원이 필요한 이 시점에 차라리 양 기관이 통합되면 출혈을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