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틀내에서 경수로 건설"

북한은 14일 모든 핵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상응조치로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 내 경수로가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공식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제4차 6자회담이 속개된 이후 가진 미국과의 첫 양자협의에서 경수로는 평화적 핵 이용권리의 중요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이같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핵 포기가 문제 해결의 선결조건이며 경수로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접점찾기에 실패할 경우 협상의 조기종결론이 고개를 들면서 또 한 차례의 휴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수로 이견좁히기 성공할까 북한은 경수로 요구의 근거로 미국이 평화적 핵활동 권리를 인정하는 신뢰의 '표식'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핵무기 제조로 악용될 경우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 간 엄격한 감독 아래 경수로를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미국측 입장은 '불가(不可)'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경수로 건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누가 펀딩(자금지원)을 하겠는가"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경수로는 다음 단계의 문제"라며 "일단 지난 1단계 회의에서 마련된 4차 초안에 기초,최소한의 변화를 통한 합의문 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자 회담 전망은 북한이 경수로 요구를 포함한 새로운 주장을 철회할 수 있을지,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신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지가 회담의 향방과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3일 미국은 북한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 권리 주장에 대해 "그런 전제(premise)조차 받아들 일 수 없다"며 북한의 핵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성패는 회담 속개 전 북·미가 이구동성으로 얘기한 유연성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회담의 '싹수'를 판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담 당사국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조기종결과 또 한 번의 휴회를 통한 재협상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의 지속여부는 15일 열리는 전체수석대표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