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영혼을 깨운 '노예들의 합창'‥ 오페라 '나부코' 공연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3막에 등장하는 합창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빼앗긴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해 이탈리아에서는 국가가 되다시피 한 노래다.1901년 베르디의 장례식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무려 8,000명의 합창단이 부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나부코'를 10월5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나부코'는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선 거의 공연되지 못했으며 지난 62년 출범한 국립오페라단이 '나부코'를 공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나부코'는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유대인)을 강제로 이주시킨 구약성서의 폭군 나부코왕과 히브리 남자를 사랑한 나부코의 두 딸 사이에 펼쳐지는 갈등과 다툼,이 속에서 억압받던 히브리 민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작품의 배경을 기원전 600년에서 20세기 유럽의 '게토'(나치가 유대인을 강제로 격리하기 위해 만든 유대인 집단거주지역)로 바꿔 현대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 브누앙은 "'나부코'는 유대민족의 고난과 억압사를 다룬 오페라로 역사적으로 핍박받아온 모든 민족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작품"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나부코'를 통해 억압과 화해,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게토'의 유대인 거주자들이 독일군의 감시아래 마당에 무대를 세워 '나부코'를 공연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연습도중 기대에 못미치는 성악가를 해고하는 등 까다로운 캐스팅으로 유명한 마에스트로 다니엘 오렌(지휘)이 직접 오디션한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체르미츠 등의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와 99년 프랑스 디종에서 '나부코'로 데뷔한 이후 유럽 주요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동 중인 바리톤 김승철이 독선적 정복자 나부코역을 맡는다.
200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투란도트'를 통해 데뷔한 드라마틱 소프라노 아드리안 더거가 나부코에 반하는 노예의 딸 아비가일레 역으로,독일 함부르크 오페라단의 주역가수인 베이스 양희준이 대제사장 자카리아역으로 각각 나온다.


보통 오페라와 달리 합창이 중심이 되는 작품인 만큼 국립오페라합창단,의정부시합창단,서울필하모닉오페라합창단 등 대규모 합창단이 화음을 맞추며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해 오렌의 지휘아래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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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