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 그 이후] 서로 기선잡기 ‥ 판 깨는일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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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대북 경수로 제공 시점을 놓고 북·미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선 경수로 제공'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미국은 핵포기가 먼저라고 분명히 했다.
벌써부터 북한과 미국이 향후 북핵 후속 협상을 앞두고 기선잡기에 나서면서 경수로 협상에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공동성명 해석 제각각=북·미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게 된 빌미는 공동성명이 제공해줬다.
공동성명의 제1항은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NPT와 IAEA안전조치에 복귀할 것 △기타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수로 제공과 NPT 복귀의 선후 관계를 명시하지 않아 북한과 미국이 각자의 입장대로 풀이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선 경수로'를 요구한 데는 미국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지난 94년 제네바합의에 의하면 북한의 핵동결에 따라 한·미·일 등은 경수로를 제공키로 돼 있었지만,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요지 부동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은 멀리 있는 문제"라며 북한의 '선 경수로' 요구에 쐐기를 박았다.
모호성에 기반한 합의문의 성격이 북핵 협상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 깨지는 않을 듯=북한의 '선 경수로' 주장은 공동성명 내용 자체를 파기하자는 의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수로 문제가 11월 5차 북핵 6자회담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북한이 기선 잡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대변인 담화가 경수로 문제에만 집착하고 공동성명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판 자체를 깨지 않겠다는 의도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정부는 북한이 NPT 및 IAEA 안전 조치에 복귀하는 대로 '설계 내지 사업의 시작'수준의 경수로 제공 관련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갖고 조정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이심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