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동향 간담회 "물가 목표치 낮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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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범위(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근원물가상승률 2.5∼3.5%)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같은 지적은 박승 한은 총재가 내달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금 물가는 한은 목표에 비해 대단히 낮아 인플레 압력이 없는데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며 이견을 표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총재 주재로 21일 한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학계·연구소·재계 참석자들은 "최근 물가가 한국은행의 목표범위를 밑돌고 있는데,우리 경제가 선진국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물가안정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상적으로 경제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 과거 고도성장기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점을 한은의 통화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참석자들은 특히 "근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현행 2.5%로 돼 있는 물가안정 목표 하한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근원물가상승률이 아닌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목표범위를 1~3%로 정하고 있다. 영국도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2%를 목표수준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원물가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근원물가상승률 기준으로 2.5%를 하한으로 정해놓고 있는 한국의 물가안정 목표범위는 너무 높다는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치가 낮아지면 그만큼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도 콜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이와 관련,재경부 고위 관계자도 최근 "연말께 물가안정 목표치를 낮추는 방안을 한은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안윤정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수석부회장,이규방 국토연구원장,정지만 상명대 교수(경제학),현오석 무역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