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뱃살

국어사전을 보면 "통통하게 불러나온 배"를 '똥배'라고 풀이한다. 이 똥배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년의 인격'이라느니,잘 나가는 '사장님 풍채'같다느니 해서 부러움을 샀다. 배가 나온 탓에 가슴이 뒤로 젖혀지고,기름기 흐르는 얼굴을 하고 느릿느릿 걷는 모습은 마치 부자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너 커서 무엇이 될래?하고 물으면 으레 배를 쑥 내밀고 대답하기 일쑤였다. 물론 배고픈 시절의 얘기다. 이제는 이 똥배,즉 뱃살이 문제다. 성인병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30대가 되면 벌써 늘어나는 뱃살로 속앓이를 한다. 특히 남성들의 복부비만은 술과 담배,그리고 기름진 안주가 주범으로 꼽힌다. 소주 서너 잔에 안주 몇 점이면 한끼 열량이 채워진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알코올은 지방분해를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과다섭취한 지방은 여지없이 몸안에 남게 된다. 최근엔 복부비만이 치명적인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면서,뱃살과의 전쟁은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현안으로 등장했다. 엊그제 세계심장협회와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가 허리둘레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도 복부비만의 위험성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다. 인종마다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 남성은 35인치,여성은 31인치가 넘으면 '심장질환 발병위험군'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뱃살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을 빼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 본능의 하나인 먹는 즐거움을 떨치기 어려워서다. 욕구불만이 있을 때도 먹는 것으로 해결하는 사례 역시 빈번하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이라면 운동부족이다. 뱃살의 천적이 운동이라는 것은 딱 들어맞는 말이다. 불룩한 뱃살은 자칫 무책임하게 보이면서 자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얼마전부터는 한 기업이 '건강이 바로 경쟁력'이라 해서 뱃살(fat)을 빼는 사람에게 금(gold)을 선물하고 있다. 똥배에 대한 경각심이 이제는 개인을 넘어 직장,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번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