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성공단과 남북相生

김송웅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의 아침을 가르며 도라산 CIQ(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출국(?) 수속을 밟았다. 한 나라임이 분명한데 출국 수속을 해야만 갈 수 있는 다른(!) 나라,북한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버스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후 남과 북을 이어주는 하나로 쭉 뻗은 도로를 달렸다. 길만은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지게 하고 있으니 지도상에만 있는 분계선도 이 길에서만은 의미가 없으리라. 얼마 전 필자는 개성공단 입주 수출업체의 공장 준공식에 초청받아 개성을 다녀왔다. 고려 500년 도읍지였던 개성은 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처럼 많은 전설과 유물,그리고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현재는 약 40만명이 살고 있으며 11개의 대학이 위치한 교육도시이자 인삼가공업 등이 유명한 경공업도시,그리고 남북 관계의 상징적 상생으로 대표되는 개성공단이 자리잡고 있는 도시로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역사적인 착공식을 한 이후 하나 둘 참여업체가 늘어나 이제는 15개 업체가 이곳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필자가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Korea'라는 이름을 단,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로 하나가 되어 한 울타리 안에서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었으며,남북교류협력사업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시대적 자부심으로 활기에 넘쳐 있었다. 개성공단은 현재 이들 제조업체 외에 남측의 은행과 편의점,의료시설 등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단계별 계획에 따라 건설 중에 있는,그래서 약간은 어수선하고,심하게는 조금 휑한 느낌의,말 그대로 현재진행형의 지대로 보였다. 비록 그 현재는 이처럼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닐지라도 미래에는 분명 다른 무엇이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색지대에서의 필자의 느낌이었다. 그 다른 무엇은 아마도 개성공단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내일에 주는 원대한 통일의 꿈,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의 꿈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것이리라. 준공식을 마치고 개성시내를 가로질러 오찬장으로 이동하였다. 개성시내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는데 모두들 대중교통 없이 도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또한 선죽교라든지 고려민속박물관 등 우리들이 방문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었으며 상인들의 태도가 무척 적극적이라는 것도 이채로웠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모습에 안쓰러움마저 느껴지는가 하면,그 와중에 값을 깎아 주기도 하는 모습은 정감이 묻어나는 다정한 이웃의 모습이었다. 비록 차창 밖으로만 보는 것이지만 시내 관광과 공단 시찰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짧은 북한에서의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다 지나갈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무엇인가 깊게 생각하는 표정이었고,그 표정에서는 혼란스러움도 느껴졌다. 그들과 우리가 개성공단이라는 이 완충지대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삶을 부대끼며,그렇게 서로에 대한 혼란과 어색함을 넘어서 다가갈 때,그 때쯤 통일도 우리 곁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