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봇 솔저

심리학자 매슬로(A Maslow)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생존이고 다음은 안전이다.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자아를 실현하는 건 일단 안전한 삶이 보장된 뒤의 일인 셈이다.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투용 로봇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건 그런 까닭일 터이다. 전투용 로봇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됐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엔 미국 아이로봇사의 팩봇이 투입돼 촬영과 지뢰 처리 등을 맡았고,2003년 이라크전 때는 산탄총 및 생화학 물질 탐지센서를 장착한 로봇이 등장했다. 자이툰 부대엔 현재 수색과 정찰,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이지스와 롭해즈 등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2011년이면 국내에서 개발한 로봇 솔저가 전선을 누비리라는 소식이다. 기관총을 비롯한 각종 장비를 갖추고 군견이나 말처럼 감시 및 군수품 수송 등을 담당하는 건 물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정찰용 거미로봇처럼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견마형 로봇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귀찮고 위험한 일을 도맡는 산업용 로봇은 사람들을 산업 재해의 위험에서 구한다. 로봇 솔저의 개발과 보급 역시 총알과 화학무기 등으로 뒤덮인 전장에서 인간을 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참혹한 전쟁터에 로봇을 앞세우면 인명의 희생이 줄어들 것도 틀림없다. 로봇의 모든 작동은 인간의 통제하에서만 이뤄져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그러나 로봇 전문가 한스 모라벡은 2030년께 나올 로봇 3세대는 원숭이만큼 영리하고,2040년의 4세대 로봇은 인간능력을 추월할지 모른다고 예측했고,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창업자 빌 조이는 미세 지능로봇이 번식.복제돼 인간에 대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명의 이기치고 무기 아닌 게 어디 있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화 '아이 로봇'의 써니처럼 인간에게 대드는 로봇이 나타나거나 만에 하나 '낭떠러지 이론'(입력돼 있는 건 탁월하게 수행하지만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능력이 붕괴된다는 것)이 작용되면 어쩌나 싶은 건 지나친 기우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