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갤버스턴 허리케인 '리타' 접근‥ 150년만에 '악몽' 재현 우려

초대형 5등급 허리케인 리타가 접근하고 있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 섬도시 갤버스턴에 105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갤버스턴은 텍사스주 최대 도시 휴스턴에서 남쪽으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길쭉한 섬. 19세기까지 멕시코만과 내륙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면서 한때 인근에서 가장 번화한 물류 운송 중심지였다. 부호들의 휴양지였고 텍사스주 최초로 전화가 연결된 곳이었다. 명문 텍사스 의대가 설립돼 교육산업도 번창했다. 하지만 1900년 9월8일 이 지역을 강타한 4등급 허리케인이 갤버스턴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놨다. 이 허리케인은 시속 225km의 강풍과 2∼5m 높이의 파도를 동반하고 섬을 휩쓸었다. 전체 인구 3만7000명 중 6000∼1만2000명이 사망했으며 건물 3600채가 부서지고 1만명이 집을 잃었다. 피해액은 3000만달러였다. 갤버스턴은 도시 전체가 초토화돼 2년 뒤에서야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됐으나 과거의 영광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었다. 갤버스턴의 도시역할을 휴스턴이 가져갔다. 휴스턴은 당시 인구나 경제 규모면에서 갤버스톤만 못했지만 수로를 만들어 텍사스주 물류 중심으로 부상했다. 휴스턴은 현재 인구 200만명의 대도시로 변모한 반면 갤버스턴은 관광 외엔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고 인구 5만8000명 중 22%가 빈곤층이다. 갤버스턴을 휩쓸었던 허리케인은 자연 재해가 도시 경제를 완전히 붕괴시킨 예로 미국 역사에 남았다. 허리케인 리타는 강력한 5등급이지만 갤버스턴의 피해는 그때만큼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공사를 통해 최고 높이 5m,11km에 이르는 방파제가 생기고 해수면에서 2m에 불과했던 지면 높이도 4m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