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현장] (4) 대우車 부평공장 ‥ 환경품질책임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약 30평이 제 땅입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모두 제가 관리하고 책임집니다. 부평공장의 30평을 맡고 있는 사장인 셈이지요. "(김영구 대우인천자동차 연료탱크 조립라인 근로자)


22일 찾은 대우인천차(대우자동차 부평공장)는 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깔끔했다.
30만평 규모의 공장부지 어디에서도 널부러진 담배 꽁초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칼로스를 생산하는 1공장. 컨베이어 벨트마다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정리정돈은 기본.작업안전에 영향을 줄 만한 위험요소가 발견되자 곧바로 '안전점검리스트'에 빨간색 경고 딱지를 붙이는 근로자가 목격됐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선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업을 보다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대우인천차는 당장이라도 문을 닫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부도-파업-직장폐쇄가 이어지면서 결국 1750명이 한꺼번에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했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생산성은 최악이었다.


이랬던 대우인천차가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사업장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2001년 '환경품질책임제(RBPS·Responsible Boundary Production System)'를 전면 도입하면서부터.한익수 대우인천차 1공장장(전무)이 30년 현장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이 경영혁신기법의 이론은 간단하다.
사람을 직접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변화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자는 것.한 전무는 그 시작을 주변을 정리정돈하는 데서 찾았다.


일단 5000여명 근로자 개개인에게 공장 부지를 20~30평가량 분양했다.


관리 영역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각자 알아서 분양받은 구역을 정리정돈하도록 독려했다.


처음에는 근로자들의 반발이 컸다.


당시만 해도 근로자는 각자 맡은 공정에만 신경쓰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솔선수범과 돌파구를 찾던 대우인천자 직원들의 바람이 맞물리자 환경품질책임제는 빠르게 정착되기 시작했다.


한번 탄력을 받자 새로운 것들이 파생됐다.


각자 맡은 구역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스스로 관리하게 됐고,품질관리에도 더욱 신경쓰게 된 것.


어디까지나 근무외시간에 시행하는 '자율 관리'인 만큼 회사는 근로자들 스스로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지표화하고,오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줬을 뿐이다.


물론 작지만 근로자들의 자율관리를 독려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는 제공했다.


결과는 대성공.시행 초 60%에 불과했던 자율적 환경관리 참여율이 4년 새 9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사고발생률이 80% 이상 줄어들었다.


불량률 역시 70%가량 감소했다.


덩달아 생산성도 높아져 칼로스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03시간에서 19.06시간으로 27%나 줄어들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자 근로자들의 마인드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데 그치지 않고,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게된 것.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2001년 연간 4020건이었던 제안건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2만1000건을 넘어섰다.


"주인의식이란 게 이렇게 사람을 바꿀 줄 몰랐습니다.


내 땅이라고 생각하니까 쓰레기 하나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없어요.


대우인천차의 변화는 직원 모두가 만들어낸 것입니다."(한익수 전무)


다음 달 GM에 인수될 이 공장에는 이미 GM 본사와 해외 자회사 임원 상당수가 찾아와 환경품질책임제를 배워갔다.
이 곳을 다녀간 릭 왜고너 GM 회장이 "세계 50여개 GM공장에서 가장 뛰어난 공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부평=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