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존] '호텔 같은 영화관' 통째로 빌려 프로포즈


서울 방이동에 사는 김경민씨(32)는 얼마 전 특별한 청혼에 성공했다.


소공동에 있는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의 프리미엄 영화관 '샤롯데관'을 통째로 빌려 그녀와의 뜻깊은 시간을 가진 덕분이었다.
그곳에 빔프로젝터를 미리 설치해 놓고 자신의 프로포즈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들뜬 기분으로 영화 '아일랜드'를 같이 감상했다.


두 복제인간 연인이 온갖 난관을 뚫고 사랑을 맺는 내용이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김씨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생애 최고의 날'이 될 것임을 감지했다.


주말 전관 대여비 90만원을 포함해 100만원 가까운 거금을 들였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씨가 찾은 샤롯데관은 고급 내장의 87평 공간에 뛰어난 음향시설과 푹신하고 안락한 소파형 관람석 34개가 설치돼 있는 프리미엄 영화관.
영화 자체는 물론 관람 분위기까지 즐기려는 연인이나 가족을 위한 고급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프리미엄 영화관의 원조는 CJ CGV다.


지난 2000년 분당 오리역에 국내 첫 골드클래스 영화관을 도입한 이후 CGV상암과 서울 용산역사에도 이를 설치했다.
이달 초 명동 밀리오레에는 2~7인을 수용하는 소규모 프리미엄 영화관 31개를 갖춘 DMS 가족영화관이 들어섰다.


이들 극장에는 누워서 볼 수 있는 소파,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고객 전용 라운지와 바가 있다.


영화 관람 도중 간단한 식사와 와인도 즐길 수 있다.


극장 직원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주문을 받고 시중을 들 때는 고급 호텔이나 비행기 일등석을 이용하는 기분이 든다.


프리미엄 영화관이 늘어나면서 시설과 서비스도 날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프리미엄 영화관의 주관객은 20~30대다.


생일이나 약혼 결혼기념일 등 생애 특별한 날을 좋은 분위기에서 보내려는 소비자들이다.


연희동에 사는 이민상씨(31)는 "여자친구와 만난지 100일을 맞아 이벤트를 생각하던 중 주위사람들의 조언으로 CGV상암의 골드클래스를 택했다"며 "영화관 직원에게 미리 꽃다발과 케이크를 맡겨놓고,영화가 끝난 뒤 여자친구에게 전달했더니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직원과 고객들을 위해 프리미엄 영화관을 이용하는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


회식이나 신제품 론칭파티,거래처와의 미팅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소공동 샤롯데관에서 VIP고객들을 초청해 영화관람행사를 가졌다.


또 다른 S기업도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용산CGV 골드클래스에서 와인파티를 가졌다.


이들 극장에서 열리는 기업행사는 월 평균 10여회에 달한다.


자녀들과 함께 프리미엄 영화관으로 '가족나들이'를 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때문에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고는 관람 티켓을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골드클래스나 샤롯데관의 경우 기준가격은 평일 1인당 2만5000원,주말 3만원이며 전관대여(1회)는 평일 72만~75만원,주말 90만원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