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을 모기

곤충 중에서도 모기는 아주 작은 편에 속한다. "모기 보고 칼을 뺀다"든지 "모기 다리에서 피 뺀다"는 등의 속담은 그래서 생겨났다. 이 작은 모기를 빗댄 우화들도 많은데 '백수의 왕'이라고 하는 호랑이도 모기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는 얘기다. 낮잠을 자고 있는 호랑이에게 앵앵거리며 모기가 달려든다. 썩 물러날 것을 호령했지만 눈과 코 등의 주위를 맴돌면서 약을 올린다. 앞발로 모기를 후려치지만 워낙 작은 탓에 호랑이는 제 얼굴만 때리고 만다. 결국 호랑이는 제풀에 쓰러지면서 모기의 승리로 끝난다. '모기와 황소'의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모기가 요리에서 대접을 받는 것도 특이하다. 중국에서 진기한 요리로 치는 '모기눈알 수프'가 그것인데 모기를 주식으로 하는 박쥐의 배설물에서 모기눈알을 채집한다고 한다. 육안으로 식별키 어려운 눈알인데도 이를 소화하지 못해서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요리재료가 아닌가 싶다. 모기는 옛날 효자전설에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눈이 먼 부모님에게는 모기눈알이 특효라는 속설이 전해져서다. 사실 모기는 귀찮은 존재지만,알고 보면 아주 유익한 곤충이기도 하다. 벌 다음으로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이 바로 모기인 까닭이다. 이렇긴 해도 모기는 사람에게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더위에 지친 한여름을 짜증나게 만들고 밤잠을 설치게 하기 일쑤다.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초가을이 되면 모기의 극성이 더욱 심하다. 찬 공기를 피해 난방이 잘된 집안으로 날아들어서다. 올해는 모기약 특수가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모기라 해서 모두 동물의 피를 빠는 흡혈귀는 아니다. 교미한 암컷만이 알의 영양소로 동물성 단백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모기의 모성애를 위한 희생물이 다름아닌 동물의 피인 셈이다. 나머지 90%는 보통의 곤충들처럼 꿀과 수액을 먹고 산다. 어쨌든 모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서식지를 소독하고,몸을 청결히 하고,향이 강한 비누나 향수 등을 삼가는 일 등이 최선일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